“민노총 간부들 성폭력사건 조직적 은폐”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자체조사 결과 발표… “노조 차원은 아니다”

“정진화 前전교조위원장도 응당한 책임져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13일 “일부 간부들의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가 있었다”며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외부 전문가 3명과 소속 간부 2명으로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꾸려 지난달 19일부터 3주 동안 조사를 벌여왔다. 특위는 이날 발표에서 “가해자인 민주노총 간부 김모 씨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손모 씨 등이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수배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했다”며 “이들은 성폭력 사건 초기에 사건발생 사실을 인지했지만 조직적 은폐를 조장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또 “피해자가 소속된 연맹(전교조)의 정진화 전 위원장 역시 조직의 최고 책임자로서 피해자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정치적 파장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가해자 김 씨의 주장도 조사 결과 신빙성이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위는 “여러 정황과 폐쇄회로(CC) TV 등 실증자료를 기초로 볼 때 가해자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면을 방치함으로써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됐다”며 “1월 8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사건으로 축소하는 식으로 접근해 성폭력 사건 은폐 조장 행위 등을 외면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위는 노조 차원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는 없었으며, 은폐 행위는 가해자 김 씨를 제외한 사건 관련자 5명에 국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노조 차원의 조직적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그동안 “민주노총 측에서 ‘보수언론이 알게 되면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들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밝혀왔다.

전교조는 정 전 위원장이 사건 은폐와 관련해 책임이 있다는 특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특위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내부 절차에 따라 징계가 필요한 사안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윤웅걸)는 13일 가해자 김 씨에 대해 강간 미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씨는 다른 민주노총 간부들과 함께 이 전 위원장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도 받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동아일보 김미옥 기자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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