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죽보다 단합’ 박수로 속전속결

  • 입력 2009년 2월 26일 03시 00분


■ 한노총 대의원대회 ‘경제위기 극복’ 결의문 채택

박희태 대표 “근로자 희생 ‘목돈’으로 갚겠다”

일부 “30대그룹 초임 삭감 효과 의문” 우려도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기 대의원대회.

제적 대의원 707명 중 556명(80%)이 참석해 강당을 빼곡하게 채웠다. 대회가 열리기 전, 일부 강성 인사가 23일 사회적 대타협에 대해 반발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대회는 소란 없이 조용히 끝났다. 오히려 2시간 40분 걸릴 것으로 예정됐던 대회는 20분 정도 일찍 마쳤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이영희 노동부 장관 등 각계 대표의 축사가 이어져 전체 일정이 20∼30분 정도 늦춰진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 “고통 분담과 사회 통합”

이날 대의원회의 화두는 단연 경제위기 극복이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 통합을 올해 핵심 사업의 하나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안건인 한국노총 규약개정(안)과 중앙위원 선출, 회계감사보고, 사업계획 승인 등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올해는 경제 분위기를 감안해서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결의문을 따로 채택했다.

이 자리에는 김대모 노사정위원장, 이원보 중앙노동위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정계와 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노총의 용단에 힘을 보탰다.

백영길 대의원(식품산업노련)은 “대의원대회 이전부터 내부 토론을 거치는 과정에서 결의문에 대한 호응도가 높았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봉홍 대의원(항운노련)은 “대졸 초임 임금 삭감 등은 해당 기업이나 연맹별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선 여야 대표들이 노조전임자 임금과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약간 달아올랐다.

박희태 대표는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을 푸는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 근로자들이 희생한 부분을 반드시 ‘목돈’으로 갚겠다”고 약속하자 대회장 여기저기에서 박수갈채가 터졌다.


▲동아일보 김미옥 기자

○ “대기업 초임연봉 삭감 우려”

대의원대회 도중 30대 그룹 채용담당 임원들이 대졸 신입사원 연봉 삭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동계는 노사민정 화합 분위기 속에 나온 대기업의 임금 삭감 합의에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행사 중간 휴식시간에 서너 명씩 모인 대의원들은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대의원은 “대졸 초임을 깎아 인턴을 양산하는 것이 경기 회복에 실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의원도 “근로자만 희생하지 말고 대기업의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강충호 대변인은 “노사민정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노사민정 합의에 참가하지 않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우문숙 대변인은 “경제 위기로 이미 많은 기업이 임금을 삭감하는 상황에서 전체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불러오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로서는 대기업의 임금 삭감을 계기로 다른 기업에까지 도미노처럼 파급효과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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