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피해 확인하고도 침묵만”… 전교조 내부 부글부글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6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부패 사학의 거수기로 만들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경복(건국대 교수) 위원을 해촉하고 검사 출신의 고영주 변호사를 새로 위촉하자 이를 비난하는 성명서였다.

바로 전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부의 전교조 여성조합원 A 씨 성폭행 미수 사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지만 정작 그 문제에 대한 논평이나 성명은 없었다.

▽전교조 지도부도 성폭력 옹호 압박?=서울시내 초등학교 전교조 지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피해자 A 씨의 대리인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총이 피해자와 대리인에게 이해할 수 없는 반인권적, 성폭력 옹호적 압박을 가했다”며 “A 씨 소속 연맹 위원장과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A 씨 소속 연맹 위원장과 간부들’은 전교조 지도부를 지칭한 것. 다만 1월 취임한 현 정진후 위원장과 간부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임 정진화 위원장 지도부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성폭행 미수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에도 전교조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전현직 위원장을 모두 지목한 기자회견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A 씨 대리인단은 전교조 지도부가 피해자에게 ‘외부에 과장된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회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는 전교조가 지난해 말부터 이미 사건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쉬쉬하며 감춰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전교조 지도부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기자의 확인 전화에도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내가 말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지도부의 묵묵부답이 계속되면서 조합원의 불만도 날로 커지고 있다.

한 전교조 조합원은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 확인됐고 조합원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지도부에 대해 공분(公憤)이 쌓이고 있다”면서 “연루된 간부가 누구인지 밝히고 이 기회에 제명 등 강력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라면서 “지도부가 밝힐 것은 밝히고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당사자는 물론이고 나머지 조합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마에 오른 전교조의 도덕성=이번 시태를 바라보는 다른 교육단체의 시선은 싸늘하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는 8일 “교사는 가장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 중 하나인데 교사 신분으로 성폭행 피해자를 회유, 협박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 부적격 교사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7, 8일 이틀 동안 충북 충주에서 열린 ‘2009년 전국 지회장·지부 연수’에서도 내부 비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연수 자리에서 비상 집행위원회를 열고 정확한 진상을 확인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진상조사단이 조만간 꾸려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성폭행 미수 사건이 정치투쟁의 소재?=한편 전교조 내부에서는 위기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지난번 위원장 선거에서 패한 강경파(PD 계열)가 책임 추궁을 빌미로 온건파(NL 계열)인 현 지도부의 자진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며 “NL 계열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상황에서 수세에 몰렸던 PD 계열이 분위기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후 위원장은 아직 사퇴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핵심 간부는 “책임질 일이 생기면 책임지겠지만 지금으로선 (사퇴설이) 사실 무근이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전교조는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주 후보 측에 불법 선거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아 조직이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성폭행 미수사건 무마 압력’ 의혹까지 받고 있어 위기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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