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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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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주변 열강들 은행 별장 호텔 등 보존
도보관광코스 운영… 자장면 박물관도 추진
인천 중구 중앙동, 해안동 일대는 인천 개항(1883년) 당시 지어진 근대 건축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리다.
개항 당시 인천은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려는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은 세를 과시하고 수탈을 위한 방편으로 은행과 회사, 별장, 호텔 등 다양한 건축물을 세웠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들 건축물은 감추고 싶은 역사의 산물이었지만 최근 들어 박물관, 전시관 등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단장돼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개항장 근대건축물
인천 중구청과 차이나타운 중간(자유공원 중턱)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평범한 석조계단이 있다. 바로 1884년 만들어진 ‘청-일 조계지(租界地) 경계계단’.
이곳에 서서 인천항을 바라볼 때 오른쪽은 청나라 조계지, 왼쪽은 일본 조계지였다.
계단을 내려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1899년에 지어진 옛 일본 제1은행을 만난다. 중앙에 반원형 돔이 있는 좌우대칭의 르네상스식 석조건축물로 일본영사관의 금고 역할을 했던 곳이다.
신포동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옛 일본 18은행 인천지점을 만날 수 있다. 면직물 중개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일본 상인들이 인천에 많이 살게 되자 1890년 인천지점을 낸 것. 지금은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으로 리모델링돼 개항장 당시 주요 건축물들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옛날 엽서를 통해 당시의 인천 풍경도 엿볼 수 있다.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연다. 월요일 휴관. 032-760-7549
이 밖에 1888년 건립된 옛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해 독일인 미국인 러시아인 일본인들의 사교장이었던 제물포 구락부, 답동 성당, 대한성공회 인천내동교회 등 다양한 형태의 근대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인천 중구 관광진흥과 박창준 개발기획팀장은 “중국의 상하이(上海), 일본의 요코하마(橫濱) 등 같은 개항장 도시의 건축물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건축미를 최대한 살려 당시의 경제규모와 인구 등 실정에 맞춰 지어졌다”고 말했다.
○ 부활하는 근대건축물
인천시와 중구는 이 일대 근대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주변지역을 정비해 역사·관광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우선 인천항의 물류운송규모가 커지면서 연차적으로 지어진 적색벽돌 창고를 리모델링해 ‘인천아트 플랫폼’으로 조성하고 있다. 예술인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은 물론 개항장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올 6월경 문을 연다.
중구는 자장면을 처음으로 선보인 곳으로 알려진 옛 공화춘 건물을 사들여 자장면박물관을 조성한다. 실시설계 등 행정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 공사에 들어간다.
또 일본 제1은행에 ‘인천한국근대최초사박물관’을 설치한다. 인천에서 처음 선보인 등대, 철도 등 ‘한국 최초’란 수식어가 붙은 전시물을 선보인다.
중구는 개항장 일대를 걸어서 돌아보며 문화해설사들에게서 역사와 의미를 듣는 도보관광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보관광은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지만 단체관광객은 겨울철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참가를 원하면 전화(032-760-7856)나 홈페이지(www.icjg.go.kr→도보관광)를 통해 1주일 전에 신청하면 된다.
인천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허은심(40·여) 씨는 “건축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물론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중구의 근대건축물에 관심이 높아져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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