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게재 논문 자진 철회” 의료계 ‘양심 바이러스’ 확산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盧 前대통령 주치의 송인성 교수 작년 3월 시작

서울대 의대 등 내과의사들 중심 ‘자율 정풍 운동’

“당시 이해 부족… 재발 방지위해 최선” 사과문도

“본 저자들은 지난 2006년 대한내과학회지 제70권 2호 페이지 190-195에 게재된 ‘신증후출혈열에서 급성 핍뇨성 신부전의 임상양상 및 예측인자’ 논문을 2007년 ‘Journal of Infection’ 제54권 4호 381-386쪽에 이중 게재한 사실을 알리고 대한내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취소하고자 합니다.”

대한내과학회지 1월호에 실린 글이다. 이어 학회지에는 “저자들은 당시 이중 게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논문을 중복 투고하였으며,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사과문도 함께 실렸다.

사과문을 올린 논문의 저자들은 국군수도병원 내과와 육군본부 의무감실,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 6명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박해심 교수 등 8명의 아주대 의대 알레르기 류머티스 내과팀이 대한내과학회지에 비슷한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2005년도 학회지에 실린 알레르기 관련 논문이 2006년 해외 학회지에 이중 게재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논문 발행을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5개월 전인 7월에는 윤용범 교수 등 서울대 의대 내과팀과 동국대 의대 내과팀 8명이 논문의 이중 게재 사실을 학회에 알리고 취소 요청과 함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의학계에선 해마다 1만여 건의 논문이 학회지에 실린다. 이중 게재는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관행이었다. 그런데 어느 분야보다 자부심이 강한 내과의사들 사이에서 일종의 ‘자율 정풍운동’이 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송인성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로 올해 세계내과학회 이사로 취임한 송 교수는 지난해 3월 발간된 내과학회지에 자신을 포함한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팀 16명의 이름으로 논문을 이중 게재한 사실을 고백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송 교수는 “앞으로는 검색 시스템이 발달돼 이중 게재와 같은 논문은 금방 들통이 날 뿐만 아니라 본인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과대 교수는 “똑같거나 비슷한 논문을 국내 및 해외에 중복 게재하는 이유는 교수 평가 때 업적에 올라가기 때문”이라며 “내과에서 시작된 양심선언이 앞으로 전 의료계에 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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