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무슨 말씀!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지자체, 강사 모셔오고 장학금 주면서 ‘고교 인재’ 육성

충남 금산 年2억 - 전남 목포 1억1500만원 지원

“교육 평등권 위배” “농촌현실 감안해야” 논란도

다음 달 중순 충남 금산동중학교를 졸업하는 이혜우(16) 양은 요즘 입학도 하기 전에 금산여고 기숙사에서 지내며 ‘집중 학습’을 받고 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국어 영어 수학 수업을 받은 뒤 오후 11시까지 자습하거나 특강을 듣는다. 특강에는 서울의 유명 학원가 명강사가 총출동한다.

이 양은 학교에서 성적이 상위권이라 충남도내 다른 명문고에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금산여고 입학을 선택한 이유는 금산군이 올해 야심 차게 마련한 ‘금산인재학사’ 프로그램 때문이다.

금산인재학사 프로그램은 지역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된 것으로 금산고와 금산여고에서 각각 70명(예비 신입생과 1, 2학년)을 선발해 학기 중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집중 교육을 한다.

박동철 금산군수는 “현재 금산고와 금산여고에서 각각 3, 4명에 불과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명문대 합격자를 2012년까지 30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10년 내에 100억 원을 모금해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우선 금산군은 강사료, 학생 기숙사비, 점심값 등 이 프로젝트 추진비로 올해 2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 목포시는 2007년부터 지역 내 11개 고교 3학년 학생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170여 명을 선발해 맞춤식 ‘논술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인문반은 국어교사들로 논술팀을 꾸려 운영하고 자연반은 서울에서 매주 유명 논술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맡긴다.

그 결과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 전형에 19명이 합격해 전남지역 최다 합격자를 배출했다. 김덕용 목포시 교육지원계장은 “매년 논술아카데미 지원비로 1억1500만 원을 쓰고 있는데 성과가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우수 인재 명문대 보내기 집중교육은 자치단체가 기숙사를 세우고 서울과 광주 등 학원가의 강사를 초빙하는 전북 순창군의 기숙형 학원인 ‘옥천인재숙’이 효시다. 순창군이 2003년 6월 옥천인재숙의 문을 연 뒤 전국의 자치단체가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경북은 고령군의 ‘대가야 교육원’과 봉화군의 ‘봉화인재양성원’이 대표적인 자치단체 학사다.

일각에서는 자치단체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공교육을 오히려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한다. 전교조 전북지부 등은 2007년 순창군의 옥천인재숙 운영이 평등권 및 교육 기회균등권을 위반한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가 “자치단체가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 학원을 운영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이고 비입사생 대다수의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개선을 권고하자 일부 주민은 “농촌교육 실상을 모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금산여고 손중대 교감은 “자치단체의 지역 인재 지원은 대도시의 교육환경을 따라갈 수 없는 농촌으로서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