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수학은 FUN… 시간 가는 줄 몰라요”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미국 수학경시대회 8단계 만점 중1 김세호군

《김세호(경기 안양시 부흥중1·사진) 군은 11월 치러진 중학생 대상 미국수학경시대회(AMC·American Mathematics Competitions) 8단계에서 만점을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 수학경시대회인 이 대회에는 올해 세계 각국 학생 15만5194명이 응시해 국내에서 3명, 세계에서 280명이 만점을 받았다.》

○ 2년 만에 만점으로

김 군은 이 대회를 2년간 준비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객관식 25문제 중 17문제를 맞혀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2년째인 올해는 25문제를 모두 맞혔다.

영어로 치르는 경시대회인 만큼 시험 준비도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시험장에서는 종이 사전을 쓸 수 있게 해주지만 40분의 짧은 시험 시간은 단어를 찾아가며 문제를 풀기에는 촉박하기 때문이다. 시험에 나오는 수, 연산과 관련된 영어 단어를 100개 남짓 외우는 데만 두세 달이 걸렸다. 단어 수는 적지만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매일 연습장 몇 장이 새카매질 정도로 단어를 썼다. 외국 거주 경험도 없고 어학연수 경험도 없는 김 군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김 군은 “수학을 잘 해도 영어 독해가 안 되면 문제를 풀 수 없으므로 영어 공부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단어를 외우고 나서는 일주일에 세 번 130분 정도 학원 수업을 들으며 꾸준히 시험 준비를 했다. 영어로 된 대회 관련 원서로 이론 공부를 하고 2003년 이후의 대회 기출문제를 구해 풀었다. 이 대회뿐만 아니라 동유럽, 북유럽, 북미권 등 주로 서구권의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최대한 많이 구해 짧은 시간에 빠르게 풀어내는 감각을 익혔다.

김 군을 가르친 손형호 영재사관학원 영재교육센터 원장은 “아마존 등 인터넷 서점에서 대회 관련 원서를 직접 주문해서 문제 풀이 위주로 혼자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영어 단어가 많아 학원의 AMC 대비반에서 공부하는 편이 수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재사관학원 평촌본원, 알레프 학원 대치·분당분원, 스탠퍼드대학 영재교육원 등 서울·경기 지역 학원 몇 곳에 이런 대비반이 개설돼 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은 미국 명문대에 진학할 때 공신력 있는 학습능력 입증자료로 제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각종 장학재단에 신청 자료로 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민족사관고가 1학년 때 AMC 10단계, 2학년 때 AMC 12단계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난도가 높아 수상권에 드는 학생이 드물다. 과학고를 거쳐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 군은 중학교 2학년이 되기도 전인 내년 2월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AMC 10단계에 도전할 계획이다.

○“수학은 놀이처럼 시간 날 때마다 하는 과목”

김 군이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11년 동안 수학 강사를 했던 아버지는 집에서 항상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김 군은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 옆에 붙어 앉아서 “아빠, ‘엑스제곱(x²)’은 뭐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었다.

본격적으로 수학이 좋아진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집에 가져온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김 군의 아버지는 종종 한국수학올림피아드 기출문제집이나 중국수학올림피아드 기출문제집을 사서 주곤 했다.

문제를 푸는 과정은 철저히 김 군 혼자만의 몫이다. 김 군은 수학 공부를 할 때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풀릴 때까지 매달리는 스타일이다. 어떤 날은 한 문제를 푸는 데 꼬박 5시간을 고민하기도 했다. 끝까지 고민해서 풀어냈을 때의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다. 학교나 학원 수업시간을 제외하고도 하루 2∼4시간은 반드시 수학 공부에 쓴다. 김 군은 “수학 공부를 즐긴다고 생각하면 일종의 놀이처럼 시간만 나면 하게 된다”고 말했다.

AMC 대회 만점을 제외하면 올해 안양시 경시대회에서 탄 장려상과 한국영재올림피아드(KGO) 수학 부문 동상이 김 군의 수학 관련 수상경력이다. 김 군은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에도 나가 자신의 실력을 펼쳐볼 생각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키워드▼

미국수학경시대회

(AMC·American Mathematics Competitions)

미국수학협회(MAA)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수학경시대회. 미국 캐나다 학생들이 주로 보고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폴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학생들이 많이 응시한다.

AMC 8단계는 빠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치를 수 있고 14.5세까지 볼 수 있어 고등학생들이 주로 보는 AMC 10, 12단계의 ‘워밍업’ 과정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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