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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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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개 악기점마다 클래식 향기 가득
거리 곳곳 분위기 있는 음악카페 즐비
《“눈앞에 펼쳐진 페르시아 문화재들이 기원전 5000년 무렵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워요. 이렇게 훌륭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27일 오후 3시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황금의 제국-페르시아유물’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이곳 기획전시실이 지역 대학생과 교직원들의 단체관람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달 종영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드라마 속 ‘강마에’와 ‘두루미’를 보며 악기를 배우고픈 마음이 다시 생겨났다고 고백하는 이도 많다. 되살아난 연주의 꿈을 실현시키고 싶은 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윤기가 흐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부터 관악기까지 갖가지 악기가 눈길을 사로잡는 곳, 몇 분에 한 번꼴로 악기를 메고 지나가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클래식의 향기가 넘쳐나는 서울 서초동 ‘악기거리’다.
○ 수억 원 호가 고급 수제악기도
서초동 악기거리는 예술의 전당 입구에서부터 서초역 입구 사거리까지 펼쳐져 있다. 국내외 유명 악기 판매점, 중고 판매점과 수리점 등 80여 개의 상점이 대로변과 골목 안쪽에 빼곡하다.
서초동에 악기 상점이 하나둘 형성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들어서다. 예술의 전당이 자리를 잡고 이곳에 연주자와 공연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자 서울 낙원상가에 터를 잡았던 악기상들이 하나둘 자리를 옮겨 왔다. 그 당시만 해도 서초동이 강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다는 것도 악기상가들을 불러 모은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국내 악기 판매의 원조인 ‘낙원상가’의 강점이 전자악기라면 서초동 악기거리의 강점은 클래식 악기로 특화되어 있다는 것.
악기상점 대부분이 대형 매장이라 다른 곳에 비해 종류와 수량이 풍부하다는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바이올린만 해도 10만 원대 중국산 바이올린부터 1000만∼2000만 원을 호가하는 외국산 바이올린까지 다양하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제 악기도 거래된다.
○ 악기, 그 이상의 예술과 낭만
이곳에는 악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 명연주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도 이곳의 숨겨진 매력.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 등 세계적인 명연주자 중 몇몇은 내한 공연을 하기 전 악기거리를 찾아 이곳의 악기로 연습하기도 했다.
악기를 판매하는 이들 중 음대 출신의 전문가가 많아 악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관리법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사람들이 서초동 악기거리를 찾는 이유다.
코스모스악기, 벡슈타인 등 몇몇 악기사는 매장 외에 별도의 연주홀을 운영하며 연주회나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있다. 연주자들의 면면도 화려한 알짜 연주회들이 악기거리에 클래식의 향취를 더하고 있는 것.
서초동 악기거리에 자리 잡은 코스모스악기의 민관기 사장은 “세계 어디를 가 봐도 이렇게 악기상점이 가득한 곳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악기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악기거리에서 악기상점 다음으로 많은 것이 있다면 카페.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새어나오는 카페들을 악기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악기상점과 카페가 연결된 곳도 있다. 악기를 둘러보고 커피와 함께 클래식에 취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악기거리의 진정한 매력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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