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촌 9세 연이 소망은 ‘따뜻한 집’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9세 꼬마 연이는 ‘따뜻한 집’이 성탄절 소망이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 낡은 판잣집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2009 굿네이버스 희망트리’ 캠페인을 진행하며 저소득가정 아동, 결식아동 등을 후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굿네이버스
9세 꼬마 연이는 ‘따뜻한 집’이 성탄절 소망이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 낡은 판잣집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2009 굿네이버스 희망트리’ 캠페인을 진행하며 저소득가정 아동, 결식아동 등을 후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굿네이버스
“몸 불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감기로 고생할까 걱정”

■ 굿네이버스 후원 아이들의 ‘성탄절 기원’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며 어린이들이 밤새 설레 잠을 못 이루는 성탄절 전야인 24일. 다른 어린이들이 전자오락기나 장난감 같은 선물을 바라고 있을 때 경수(가명·11)는 밥과 김치만이 아닌 풍성한 밥상을, 연이(가명·9)는 조부모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따뜻한 집’을 소망한다.》

‘풍성한 밥상’ 소원하던 체조유망주 경수

차가운 세탁소 바닥에서 겨울나던 경숙

든든한 후원자들 만나 ‘희망의 꽃’ 피워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가 ‘2009 굿네이버스 희망트리’ 캠페인을 통해 후원하는 아동들의 성탄절 소망과 기부천사들의 소액 후원으로 희망을 되찾은 어린이들을 소개한다.

○성탄절 소원은 ‘따뜻한 집’

경남에 있는 어느 도시의 철거촌. 붉은색 페인트로 ‘철거’라는 글씨가 적힌 판자촌에서 9세 꼬마 연이는 조부모와 함께 생활한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할아버지는 용역시장에서 일하지만 몸이 편찮아 날이 갈수록 힘겨운 상태다. 겨울이 되면서 일자리마저 줄었다. 11월에는 7번, 12월에는 1번밖에 일을 하지 못해 마지막 한 달을 5만5000원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 탈장으로 몸이 아프지만 연이 할아버지는 수술비가 없어 병원에 가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연이는 집에 들어서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안부부터 묻는다. 어린 나이에도 연탄보일러를 확인해 연탄을 갈고 설거지를 하며 의젓하게 집안일을 한다.

연이는 “찬물로 씻고 차가운 방에서 지내도 괜찮고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도 괜찮다”며 “지금 살고 있는 낡은 집마저 부서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다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이는 “추운 날씨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시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따뜻한 집을 소망했다.

○‘제2의 양태영’이 꿈

8남매의 장남이자 체조선수인 경수의 소원은 밥과 김치밖에 없는 밥상이 아닌 풍성한 밥상을 받아보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1월 전국청소년체육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딸 정도로 체조 유망주이지만 경수는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끼니조차 때우기 힘들다. 일용직 노동자인 경수 아버지의 월수입은 80만 원. 방세 27만 원과 공과금을 내고 나면 10명의 경수 가족은 살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제2의 양태영(아테네 올림픽 체조 은메달리스트)’을 꿈꾸는 경수는 힘든 가족을 위해서라도 연습을 거를 수 없다. 훈련 과정은 힘들지만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경수는 성실히 연습에 임한다.

12월 초부터 진행된 희망트리 캠페인을 통해 경수의 사례가 소개된 뒤 많은 후원자들이 경수를 도왔다. 후원금은 앞으로 경수 가정의 급식 지원비와 교육비 등에 쓰일 계획이다. 경수가 가장 존경하는 양태영 선수에게도 우연히 경수의 사연이 전해져 내년 초 경수는 자신의 우상인 양 선수를 만나게 된다.

○“사회복지사 될래요”

지난해 성탄절에도 차가운 세탁소 바닥에 누워 추위에 떨었던 경숙이는 이제 따뜻한 방에서 활짝 웃으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5월 본보 ‘SOS 벼랑 끝의 아이들(下): 교육받을 권리 뺏는 부모들’ 기사를 통해 소개된 경숙이에게 든든한 후원자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 특히 과테말라의 한 40대 동포 사업가는 경숙이와 결연해 월 50만 원씩 후원하고 있다. 매달 경숙이에게 전달된 기금은 교육비로 일부 쓰이고 나머지는 경숙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자립지원비로 차곡차곡 저축된다. 현재 경숙이는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그룹홈’에서 생활하며 학원 선생님에게 과외 영어수업도 받고 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경숙이의 가장 큰 고민은 대학 등록금이다.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지만 벌써부터 등록금이 걱정된다.

경숙이는 “나는 참 사람 복이 많은 것 같아요.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아서 감사해요”라며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경찰이나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후원 문의는 굿네이버스 희망트리 캠페인 홈페이지(www.wishtree.kr)와 ARS(060-700-0090, 2000원 자동기부).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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