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씨 “탈세 부분은 세법 잘 몰라…”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긴장감 도는 태광실업 본사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10일 경남 김해시 안동에 있는 태광실업 본사는 별다른 동요 없이 정상 가동됐지만 적막감이 흘렀다. 김해=연합뉴스
긴장감 도는 태광실업 본사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10일 경남 김해시 안동에 있는 태광실업 본사는 별다른 동요 없이 정상 가동됐지만 적막감이 흘렀다. 김해=연합뉴스
검찰, 의혹 규명 빨라지자 일정 앞당겨 소환

노건평씨와 같은 층서 조사… 만나지는 못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10일 오후 11시 1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15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탓에 피곤한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선 박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탈세 부분은 세법을 잘 몰랐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해외법인을 통해 거액의 배당수익금과 관련해 탈세를 한 혐의에 대해선 “홍콩법인은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질문에는 “휴켐스 등 다른 부분은 정상대로 했고, 다른 의혹은 없다”고 답한 뒤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박 회장 측은 나중에 “홍콩법인은 인정한다”는 답변이 “비자금 조성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해 왔다.

박 회장에 대한 이날 소환 조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1일 소환될 때처럼 비공개로 이뤄졌다.

검찰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 박 회장 측 입장을 감안해 다소 이른 시간인 오전 8시경 박 회장에게 출석해 줄 것을 통보했고 박 회장은 취재진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검찰 청사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소환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9일 서울로 미리 올라와 하룻밤을 묵었으며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윤주영 변호사와 함께 대검 민원실 측 통로를 이용해 청사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박정식 중수2과장과 잠시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대검 중수부의 특별조사실인 11층 1123호로 향했다. 노건평 씨가 조사받을 때와는 달리 박 회장은 박용석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지는 않았다.

박 회장이 조사 받은 방은 노 씨가 조사를 받았던 같은 층의 1120호 특별조사실보다는 크기가 작은 중형 규모다.

노 씨도 이날 같은 층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혐의, 세종증권 주식 매매 과정에서의 미공개 정보 이용, 휴켐스 헐값 인수 등 3대 의혹에 대해 중수2과 박찬호 유성열 신응석 검사로부터 번갈아가며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은 점심 때 검찰에서 제공한 참치김치찌개로 식사를 마친 뒤 오후에도 계속 조사를 받았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본인 입장에 대해 명백하게 진술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 소환이 예상보다 빨라진 것은 수사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 데다 언론에 박 회장 관련 의혹이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검찰이 조사 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회장이 자진 출석한 것이냐’는 질문에 “중요 사건에서는 우리가 날짜를 잡아 출석하라고 하지, 조사 받는 쪽에서 날짜를 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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