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얄미운 엄살족, 하지만…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공부 하나~도 안 했어’라더니 기말고사 1등

기말고사가 한창인 12월 초는 중고교생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때다. 기말고사는 중간고사보다 시험과목도 많은 데다 막판 등수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유별난 경쟁심리를 보이며 주변 친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학생도 있다. 스스로 중위권이라 밝힌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시험 기간에 얄미운 친구 베스트 5’를 꼽았다.

5위

필기한 교과서나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 친구. 이런 학생들은 대개 자신이 열심히 적어온 교과서나 노트를 거저 가져가려는 친구에게 강한 적개심을 내비친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빌려주지 않는 학생이 대다수이나 “네가 필기하지 왜 나한테 빌려달라고 그래?”라고 쏘아붙이는 예민한 학생도 있다. 이 때문에 평소에 필기를 잘해두지 않은 학생들이 다른 친구의 사물함에서 교과서나 노트를 훔치는 불상사도 발생한다.

4위

시험기간만 되면 교사에게 착 달라붙는 친구. 시험기간만 되면 교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까지 교사를 따라가는 수법을 주로 쓴다. 교사가 들고 있는 책을 뺏다시피 받아들며 “선생님, 이거 제가 들어드릴게요”라고 말하곤 한다. 교무실까지 자연스레 따라 걸으며 “선생님, 사회문화 공부 어떻게 해야 돼요?”라는 식의 질문도 던진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시험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다. 고교 2학년생인 김모 양은 “시험 기간에는 교무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고 복도에서 물어보는 그 용의주도함이 대단해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3위

‘벼락치기’에 강한 친구. 시험 일주일 전에 공부를 시작해도 일찍 공부한 학생들보다 성적이 좋아 다수의 ‘보통 학생’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이런 친구는 일단 요령이 좋아 어떻게든 반에서 일등을 하는 친구의 교과서, 노트, 프린트를 빌려서 베껴 쓴다. 머리도 좋아 베껴 쓰는 것만으로도 내용을 외워버린다. 이들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 대개 수업시간에 설명을 열심히 듣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험공부를 해도 교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을 기억해내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것이다. 그래서 ‘벼락치기’가 잘 통하지만 최상위권에 오르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2위

학교에서 노는 것 같은데 성적은 잘 나오는 친구. 수업시간에 항상 자거나 떠드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장난기가 가득하고 말이 많아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며 주변 친구들의 공부를 방해한다. 하지만 시험만 보면 혼자서 평균 90점을 훌쩍 넘는다. 이런 친구들은 집이나 학원에서 혼자 공부를 해놓고도 마치 자신은 공부를 안 해도 성적이 잘 나오는 천재라는 듯 무심한 태도를 취한다. 경쟁자가 방심하도록 공부를 하고도 안 한 척하는 ‘위장전술’을 쓰는 것이다.

1위

“공부 하나도 못했어”라고 해놓고 시험 잘 보는 친구. 학생들이 만장일치로 꼽은 ‘얄미운 친구 1위’다. “너 공부했어?”는 시험 기간에 “밥 먹었어?”라는 말처럼 흔하게 주고받는 인사말. 대부분 학생이 이런 질문에 별로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정색을 하며 “하∼나도 안 했어”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있다. 이들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떡해? 나 시험 망칠 것 같아”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일수록 시험을 잘 본다. 중학교 2학년생인 홍모 양은 시험 때마다 원치 않게 반에서 일등을 하는 친구의 엄살을 들어주고 있다. 매번 평균 95점이 넘는 그 친구는 1학기 기말고사 때 “시험공부 하나도 안 했다”며 불안해하더니 국어 시험이 끝난 뒤 급기야 “망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 과목에서 4개를 틀린 그 친구는 국어에서 2개나 틀렸다는 사실이 못내 속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시험 기간에 ‘얄미운 친구’란 ‘부러운 친구’일 수도 있다. 한 여학생은 “사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공부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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