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역주행 형님’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2004년 3월 盧전대통령 탄핵 받을때 주식 차명매입

2005년 5월 盧측근 수사 받을때 세종증권 매각 청탁

2006년 7월 “개도 안짖는다”던 때 사행성오락실 동업

4일 구속된 노건평(사진) 씨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를 살펴보면 노 씨는 동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5년 동안 겪었던 정치적 상황과는 다른 ‘역주행’ 행보를 걸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 씨가 세종캐피탈과 정화삼 씨 형제로부터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을 직접 만나 청탁을 전달한 2005년 5, 6월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때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4·30 재·보선에서 참패해 국회 의석이 146석으로 줄면서 과반의석이 무너졌고 정치적 상황은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여권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또 이 시기에는 검찰이 이른바 ‘유전게이트’ 수사에 나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인 이광재 의원과 이기명 전 후원회장이 수사선상에 올라 노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전직하하고 있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그것(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의혹 사건) 때문에 참여정부는 결딴났다”고 토로했다.

세종캐피탈 측이 로비성공사례금으로 건넨 30억 원 중에서 10억5000만 원을 투자한 경남 김해시의 사행성오락실이 개장한 시점은 2006년 7월. 검찰은 이 오락실을 노 씨와 정 씨 형제의 공동재산으로 보고 있다. 이때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이 전국에 유행병처럼 번져 이를 방치한 노무현 정부가 여론의 비판을 받던 때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더라”며 사행성 오락의 폐해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정부시스템을 개탄했다. 그러나 정작 형인 노 씨는 사행성오락실 개장에 깊이 연루돼 있었다.

이에 앞서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이 탄핵 파문에 휩싸였을 때 노 씨는 자신의 회사인 정원토건에서 10억 원을 빼내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에 차명으로 주식투자를 했다. 동생의 정치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 고수익을 노리고 회사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한 셈이다.

노 씨가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의 유상 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교부받은 시점은 3월 11일. 다음날인 3월 12일 국회에서 당시 야3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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