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잡지 사무실, 시장으로 간 까닭은…

  • 입력 2008년 12월 1일 06시 29분


지난달 8일 오후 광주 동구 대인시장. 광주에서 손꼽히는 재래시장인 이곳에서 왁자지껄 잔치판이 벌어졌다. 월간 ‘전라도닷컴(www.jeonlado.com)’ 사무실이 옮겨 온 것을 축하하기 위한 ‘집들이’ 행사. 잔치는 광주 문화계 인사들과 주민, 시장상인 등 300여 명이 어울린 가운데 밤늦도록 이어졌다.

○만남과 소통의 장, 재래시장

전라도 문화 지킴이를 자처해 온 전라도닷컴이 시장으로 들어간 것은 시장바닥이야말로 전라도 사람들의 뜨거운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기 때문. 가깝게는 11월 초 막을 내린 ‘2008 광주비엔날레’ 행사 중 하나인 ‘복덕방 프로젝트’가 이곳 대인시장에서 펼쳐진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비릿한 생선 냄새, 과일전에 가득 쌓인 사과 배, 즉석에서 빚어내는 한과와 부침개, 쉰 목소리로 손님들을 불러 모으는 억척 아줌마들….

예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래시장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버무려 새로운 대중과의 만남, 소통의 장으로 제시했던 사례를 눈여겨본 운영진이 잡지사를 옮기기로 뜻을 모은 것.

또한 지난해 11월 모기업 ‘빅마트’와의 관계를 단절하면서 광고료와 구독료(연 5만 원), 후원금만으로는 발행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무실 이전의 한 원인이 됐다.

황풍년(45) 대표 겸 편집장은 “치열한 삶의 현장인 시장은 ‘삶이 곧 문화’라는 우리의 지향과도 일치한다”며 “재래시장 부활을 꿈꾸는 상인들, 지역 작가들과 더불어 새 꿈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전라도’ 알리기 8년

전라도닷컴은 인터넷문화가 막 싹트던 2000년 10월 첫선을 보인 뒤 누리꾼 사이에 ‘전라도에 대해서는 전라도닷컴에 물어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명해지면서 2002년 3월 종이잡지 전라도닷컴까지 창간했다.

온·오프라인 전라도닷컴은 소리 사투리 영상 답사 토론회 등 다양한 형식을 빌려 ‘전라도다운’ 사람들의 질펀한 삶과 이야기를 옮겨왔다.

지역을 초월해 이 잡지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전라도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일, 그것이 바로 전라도닷컴이 하는 일이다. 전라도에만 피는 꽃과 전라도에만 있는 나무, 전라도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 사람, 음식, 말씨, 마음씨와 그 온갖 것들을 비추는 거울이다.”(소설가 공선옥)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면 이런 잡지 하나는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작은 힘들을 모아 잡지를 지켜내자.”(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이 같은 애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전라도닷컴은 지역발행 잡지로서는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잡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지 10종’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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