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백석을 만나다’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 ‘백석을 만나다’/이숭원지음/태학사

시인 백석은 삶의 고통을 순수한 사랑으로, 인간의 의지로 극복하려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는 삶을 ‘구성지게 구슬프게 끈질기게’ 풀어서 우리의 가슴을 흔든다. 그의 시 속에서 우리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백석의 시를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

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

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

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

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

다. (이하 생략)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316쪽)]

(나) (전략)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

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중략)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

이며,

또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

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

었다.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

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537쪽)]

‘죽을…’ 생각 너머 보이는 ‘정한 갈매나무’

시인 백석은 우리에게 뭘 말하고 있을까

(가)는 ‘현실을 초월한 사랑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 화자는 나타샤와 함께 깊은 산골로 가는 환상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나)는 ‘무기력한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의 의지’를 나타낸다. 화자는 시대 상황에 의해 방황하다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 보자.

① ‘(가)에서 사랑의 환상을 드러내는 소재를 밝히고 그 환상이 현실을 극복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시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가)에 등장하는 ‘눈’ ‘나타샤’ ‘흰 당나귀’는 사랑의 환상을 보여준다. 눈은 가난 속에도 지속되는 마음의 순결성을, 나타샤는 순백의 환상적 분위기에 어울리는 여인이다. 흰 당나귀는 흰 눈과 호응하는 내면의 순결성을 강조한 대상이다.

백석은 사랑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환상’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현실에선 사랑에 대한 갈등과 고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② ‘(나)에 등장하는 상징적 소재가 어떤 것인지 밝히고, 그것이 오늘날 삶에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설명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의 지나온 과거와 힘든 현재를 생각하며 슬픔과 회한이 사무쳐 죽음을 생각한다. 이 위기의 순간에 화자는 ‘정한 갈매나무’를 생각한다. 화자는 하얗게 눈을 맞으면서도 자신의 의연한 모습을 지키는 갈매나무를 떠올리고 자신의 힘든 삶을 견뎌내려 한다. 현대인들도 갈매나무처럼 절망을 인간의 삶의 보편성으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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