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우즈벡 새댁 눈물 닦아주세요”

  • 입력 2008년 11월 5일 06시 26분


한국에 시집온 지 1년 된 아메도바 딜로롬 씨가 갓 태어난 아들을 돌보고 있다. 함안=연합뉴스
한국에 시집온 지 1년 된 아메도바 딜로롬 씨가 갓 태어난 아들을 돌보고 있다. 함안=연합뉴스
경남 함안 딜라씨 시집온지 1년도 안돼 남편 투병

갓난아이 키우며 농사일 억척… 치료비 없어 발동동

“머나먼 이국에 와서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시아버지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소원인데….”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에서 경남 함안군 함안면 북촌리로 시집온 아메도바 딜로롬(25) 씨는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남편과 갓난아이, 일흔을 넘긴 시아버지를 수발하느라 쉴 틈이 없다.

함안군 파수농공단지의 한 회사에 다니던 남편 조순호(37) 씨는 9월 말 백혈병이 재발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조 씨는 2002년 백혈병이 생겨 골수 이식을 통해 회복했다.

애칭인 ‘딜라’로 불리는 아메도바 씨는 아들 영래 군이 생후 1개월 됐을 때 남편이 쓰러지는 바람에 산후 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집안 살림을 떠맡았다.

딜라 씨가 남편 치료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논을 빌려 농사를 짓는 시아버지를 힘들게 돕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웃과 함안면사무소,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등이 성금과 생활필수품을 전달했다.

그러나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 함안면사무소 전경애 주민생활담당은 “딜라 씨의 형편이 안타까워 직원들과 힘을 합쳐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딜라 씨는 한국 생활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새마을지회가 운영하는 다문화가정 한글교육에 참가해 열심히 공부한 탓에 비교적 우리말을 잘하는 편.

딜라 씨의 시아버지 조석무(75) 씨는 “아들과 며느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손자 녀석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딜라 씨는 “우리 신랑이 하루 빨리 회복돼 가족들이 함께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함안면 주민생활지원담당 055-580-3162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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