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풍어기에 범법자 되는 어민들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6시 13분


새우 등 다획성 어종 해수면 상승으로 대규모 출현

어민들 어업허가 없어 단속 피해 불법조업 나서

한시적 면허허가-꽃게 금어기 조정 등 대책 시급

“어획량 감소와 유류비 증가로 집안 살림이 말이 아닌데, 눈앞에 보이는 대하를 잡을 수 없으니….”

인천지역 일부 어민들이 요즘 인천 앞바다에서 제철을 맞은 어류를 잡지 못해 속만 태우고 있다.

○ “하루 조업에 대하 40kg 어획”

요즘 인천 연수구 동춘동 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앞바다에는 대하가 대규모로 출현하고 있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던 대하가 해수면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인천 앞바다에서도 대거 나타나고 있지만 ‘강심장’이 아닌 어민들은 쉽게 그물을 치지 못한다.

어민들이 선뜻 조업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2중 이상 자망 승인’이란 어업허가가 없기 때문이다. 2중 이상 자망 승인은 대하, 젓새우, 멸치 등 일명 다획성 어종을 잡을 수 있는 허가를 말한다.

이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어업허가는 ‘연안복합허가’. 바다에 나가 낚시로 고기를 잡거나, 고둥 등 패류를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 등 한정된 방법으로만 어업활동이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어민은 단속에 걸릴 것을 감수하고 불법 조업에 나서고 있다.

어민 김모(45) 씨는 “대하는 요즘 kg당 4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하루 조업을 나서면 평균 30∼40kg의 어획량을 올릴 수 있어 생계유지를 위해 일부 어민은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 영흥도 어민들이 이달 14일에는 LNG 인수기지 앞바다에서 대하잡이를 불법으로 하다 지도선의 단속에 걸리기도 했다.

단속에 적발되면 수산자원보호령과 수산업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100만∼200만 원의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는다.

이들 어민은 대하를 잡기 위해 3중 자망을 사용한다. 3중 자망은 그물코에 잘 걸리지 않는 어류 및 갑각류나 크기가 다른 여러 어종을 잡기 위해 그물코 크기가 다른 3장의 그물을 하나로 겹쳐 만든 그물.

○ 한시 어업면허 요구하는 어민들

어민들은 일시적으로 출현하는 어종을 잡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 면허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불법 조업에 나서고 단속에 적발돼 범법자가 되는 악순환을 정부가 인식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

어민들은 또 7, 8월로 되어 있는 인천지역 꽃게 금어기(조업을 중단하는 기간)를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금어기가 끝나는 9월 초부터 꽃게 잡이가 시작되는데 이때는 이미 꽃게가 산란기에 접어들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것. 따라서 어민들은 7월 중순까지 꽃게를 잡을 수 있도록 금어기를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국립수산과학원에 의뢰해 자원조사를 실시한 뒤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한시적 면허를 허용해도 어자원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없으면 어민들에게 면허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

인천시 수산과는 최근 정부에 일정 기간을 정해 어민들이 대하, 멸치 등을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냈다.

인천시의회 배영민 의원은 “정부가 수산업법 개정 때 한시 어업허가 제도의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시행령과 세부계획을 세워 시행하려면 201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시 어업허가가 조속히 이뤄져 어획량 감소와 유류비 증가로 고통을 받는 어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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