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강의실서 헤매던 영어, 야외선 술술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7시 43분


“조카가 태어나는 모습을 떠올리며 ‘생명’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대구가톨릭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김미소(22·여) 씨는 며칠 전 캠퍼스에서 열린 영어 글쓰기 대회에 참가했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문법과 어휘를 잘 살펴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가 ‘제1회 CU-V 영어 글쓰기 대회’라는 이름을 붙이고 23일 처음 마련한 행사에 참가한 학생은 100여 명. 학생들은 교내 팔각정 앞 잔디밭에 모여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느라 고민을 거듭했다.

‘인간과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 학생들은 최근 연예인 자살을 비롯해 낙태 문제, 가을 풍경 등을 일기나 논술문 형식 등으로 담아냈다.

대학 측은 주제와의 연관성 및 적절하고 창의적인 표현을 기준으로 심사해 30일 우수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9편을 선정해 최우수상에 100만 원 등 3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또 다음 달 5일에는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주제로 10분 동안 발표를 하는 첫 영어웅변대회도 열 계획이다.

대구가톨릭대가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한 이유는 거의 모든 대학생이 매달리다시피 하는 영어 공부가 자신의 삶을 가꾸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토익 점수를 높이는 방식의 영어 공부를 뛰어넘어 삶을 가꾸는 영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영어 글쓰기 대회는 서경돈 총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서 총장은 “영어와 국어, 글과 생각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첫 대회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겠지만 매년 가을에 열린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면 캠퍼스의 새 전통으로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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