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 해결, 청주시에 물어라”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화장장 건립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아 전국 지자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청주 목련원. 청주 ‘아름다운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화장장 건립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아 전국 지자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청주 목련원. 청주 ‘아름다운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화장장 ‘목련원’ 주민 90% 찬성으로 건립

‘갈등관리 모범’ 선정… 他지역 견학 줄이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의 ‘청주 목련원’.

꽃 이름을 따 공원을 연상케 하지만 이곳은 대표적인 주민 혐오 시설 가운데 하나인 화장(火葬)장이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주민소환 투표까지 청구된 경기 하남시의 경우처럼 화장장은 건립을 추진하는 지자체들마다 골머리를 앓는 대표적인 님비(NIMBY·혐오 시설물을 자신의 고장에 설치하지 말라는 주민들의 반대 운동)사업.

하지만 청주 목련원은 님비를 극복하고 건립에 성공한 장사(葬事)시설 건립 모범 사례로 꼽혀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 목련원은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갈등관리 우수사례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장사시설 모범 건립 사례로 뽑혔다. 최근 하남과 용인, 평택, 춘천, 전주, 영동, 공주, 정읍, 원주, 안산, 경주 등 화장장 건립을 추진 중인 전국 지자체 장사 관련 담당자들은 앞 다퉈 이곳을 견학하고 있다.

청주 목련원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2003년 청주시가 건립 예정지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연일 청주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고 반대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목련원 건립 추진팀을 만들고 주민 설득작업을 시작했다. 매일 밤 열리는 주민대책회의장 앞에서 밤 12시까지 기다리다 귀가하는 주민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열기를 바랐다. 마을의 온갖 대소사에도 일일이 참가했다. 이 때문에 전담팀 직원들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그러자 주민들은 서서히 청주시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시는 주민들과 협정을 맺고 매달 열리는 건립 관련 회의 내용 전부를 주민들에게 보고해 신뢰를 확보했다.

일본 후쿠오카와 경기 수원 등 국내외 선진 장사시설 10여 곳을 견학시켜 장사시설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직접 눈으로 보여 줬다.

경로당 신·개축과 어린이 놀이터 조성, 농로 포장 및 진출입로 확장, 목련장에 마을 주민 채용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결국 주민 찬반 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을 얻어 2005년 착공됐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청주 목련원은 7만8000m² 규모에 화장로 8기와 1만 위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을 갖추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15구를 화장하고 있다.

청주시 안승길(50) 복지기획담당은 “청주 목련원 건립 이후 충북의 화장률이 38%에서 57%로 느는 등 장례문화를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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