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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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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제주 뼈깎는 변신
호텔-횟집-골프장등
1100여개 업소 나서
10∼50% 가격 인하
택시-음식점 종사자
친절 서비스 운동도▼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십니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맛있게 드십시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제주시 연동 M음식점. 제주CS서비스교육원 장빈(39·여) 원장의 지도아래 음식점 종업원들이 큰 목소리로 손님맞이 연습을 했다.
종업원들은 손가락으로 입술 끝 부분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스마일 미소’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음식점 황용찬(42) 지배인은 “단지 친절하게 손님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상황에 따른 대응 방법을 몰랐다”며 “적절한 말씨와 표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제주시 오라동 제주종합경기장 광장에서 택시운전사 100명은 친절한 인사 말하기, 트렁크에 짐 실어주기, 택시 문 열어주기 등 친절서비스 3대 운동을 실천하는 대회를 열었다.
제주관광이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 제주관광 체질개선은 고해성사로 시작
제주관광의 고질적인 병폐는 바가지와 불친절로 요약된다. 여행사, 관광지, 음식점, 토산품점에서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수수료 등으로 관광객은 더 많은 돈을 내야 했다.
고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상품의 질은 떨어지기 일쑤고 토산품은 조악하기 그지없다. 식당에서는 손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제주관광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上海)와 하이난(海南) 성, 태국 방콕 등지가 눈부시게 성장하는 데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제주도는 과감하게 ‘칼’을 빼들었다. 종전처럼 바가지요금 단속이나 하는 엄포가 아니라 아예 관광시스템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고해성사’가 먼저였다. 2월 관광산업진흥전략 보고회를 하면서 가격비교를 공개했다. 자체조사 결과 제주시 용담동, 탑동 등지의 횟집에서 판매하는 황돔회(1kg)는 11만 원으로 서울 8만 원, 부산 7만 원, 대전 7만 원 등에 비해 37∼57% 비쌌다. 광어·우럭회 등도 비싸기는 마찬가지.
관람 형태의 사설관광지 입장료는 다른 시도에 비해 16∼33%가 높았고 공연장과 유람선 가격도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칭다오(靑島), 일본 후쿠오카(福岡)보다 최고 66% 비쌌다.
○ 가격 인하로 관광 이미지 변화
가격을 공개한 뒤 곧바로 대대적인 가격 인하 운동에 돌입했다. 해당 부서별로 관광업소 관련 공무원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8월 말 1142개 업소가 가격인하에 발벗고 동참했다. 특급관광호텔, 민박 등 숙박업소는 최고 50%까지 내리고 박물관 공연장 등은 10∼25% 인하했다.
횟집에서는 고급 어종인 다금바리, 황돔 등의 가격을 10∼30% 내리고 골프장에서는 카트이용료를 최고 50% 내렸다. 제주시 건입동 지역에서는 18개 횟집이 모여 ‘서부두 명품횟집거리조성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가격 인하와 함께 원산지표시 지키기 운동을 펼쳤다.
이 위원회 박진(52) 위원장은 “한번 방문한 고객을 만족시켜 또다시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 공정한 가격 준수, 서비스 향상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일부 횟집이 아니라 제주 전역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달 말까지 442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3만6000명에 비해 7% 증가했다. 해외여행 기피에 따른 반사이익, 세계자연유산 등재 효과 등의 요인도 있지만 가격 인하도 한몫한 것이다.
4일 제주에서 골프를 즐길 예정인 박모(40·펀드매니저·서울 강남구) 씨는 “골프장 그린피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카트비용까지 내려 부담이 없다. 수도권과 비교할 때 두 번 이상 골프를 치면 항공료와 숙박비를 보전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제주관광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당분간 가격 인하 운동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제주도관광협회 홍명표 회장은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며 가격 인하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제주관광이 ‘비싸다’는 이미지를 씻어내야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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