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공 입찰 추첨기’의 비밀

  • 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공무원이 개조해 특정업체 밀어주고 억대 수뢰

로또 복권 추첨 방식과 비슷하게 탁구공을 뽑아 감리업체를 선정하던 공무원이 추첨기(사진)를 개조해 특정 업체를 밀어준뒤 2억8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30일 전 남양주시청 7급 성모(45) 씨, 울산시청 7급 김모(38) 씨 등 전현직 공무원 2명과 김모(48), 성모(47) 씨 등 감리업체 임원 3명을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직 공무원 성 씨는 예정 가격이 적혀 있는 탁구공이 추첨기에서 무작위로 나오도록 돼 있는 점을 알고 2006년 4월 추첨기계를 조작해 특정 감리업체를 밀어주고 그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해 75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탁구공에 작은 금속을 붙이고 추첨기에 자력을 발생시켜 그 탁구공이 뽑히게 만들었던 것.

탁구공은 15개가 투입되며 각각의 공에는 예정가격이 적혀 있다. 이 중 4개가 뽑혀 그 평균가격에 가장 근접한 액수를 써낸 감리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어떤 공이 뽑히는지 미리 알면 평균 금액을 맞힐 수 있기 때문에 추첨기 조작은 업체 선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성 씨 자신이 2500만 원을 들여 추첨기 내부에 비밀 통로를 만들고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게 고친 뒤 미리 기계 내부에 숨겨둔 탁구공이 뽑히도록 해 또 다른 감리업체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았다.

성 씨는 또 선정된 감리업체 임원을 불러 “감리사 배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협박한 뒤 내연녀를 통해 쇼핑백에 든 돈을 받는 등 1억5000여만 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3채와 3만 m²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내연녀와 유럽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함께 구속된 울산시청 김 씨는 감리업체에 “돈을 주지 않으면 후순위 업체로 바꾸겠다”고 협박해 7000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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