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중고생들 ‘나만의 해법 찾기’ 비상
중학교 3학년생 권모(15) 군은 요즘 심란하다. 자신이 치러야 할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인문계열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에 미적분과 확률통계 문제가 추가로 출제된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뒤부터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할 작정인 권 군의 취약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 학습부담을 줄여 볼 요량으로 인문계열로 진로를 정한 최 군은 출제 범위가 늘어나는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달 고교 3년생의 수능 모의평가와 고교 1, 2년생의 학력평가에서 수학 문제의 난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수능 수리영역도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자 수학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는 중고교생이 늘었다.
○ 출제범위 넓어지고 난도 높아져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 출제범위에 미적분과 확률통계를 추가한다는 방침은 내년부터 인문계 학생도 선택과목으로 미적분과 확률통계를 배울 수 있게 한 교육당국의 수학교육 강화 정책과 관련이 있다.
6차 교육과정까지 인문계 학생들도 배웠던 미적분과 확률통계는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서는 자연계열 학생만 배우는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경영·경제학, 회계학, 통계학 등 수리 능력이 필요한 전공을 하는 대학생이 간단한 미적분도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인문계 과정에서 수학 교육의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리 ‘나’형 출제범위 확대 방침에는 수학Ⅰ, 수학Ⅱ, 심화선택(미적분, 확률통계, 이산수학 중 택1) 등으로 출제범위가 넓은 수리 ‘가’형 응시에 부담을 느낀 자연계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쉬운 수리 ‘나’형에 응시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
오종운 청솔학원평가연구소 소장은 “‘수리 가’형에 비해 준비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2008학년도 수능에서만 7만여 명에 달하는 자연계열 수험생이 ‘수리 나’형에 응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첫 적용대상인 중학교 3학년생부터는 인문계열을 선택한다고 해서 수학 학습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게 됐다. 이들은 바뀌는 제도의 첫 적용 대상인 만큼 방학 등을 활용해 고교에서 공부할 내용을 미리 학습해 두는 것이 좋다.
원정희 스카이에듀 수리영역 대표강사는 “중3 학생의 경우 겨울방학 등을 활용해 수학Ⅰ에서는 ‘수열의 극한’ 부분을, 수학Ⅱ에서는 ‘함수의 극한’과 ‘미적분’ 부분을 공부해 두면 새 교과서를 받기 전에도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수학, 피할 수 없으면 ‘맞서라’
고교 3학년생 최모(18) 양은 50일 밖에 남지 않은 수능을 앞두고 수학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자연계 응시생인 최 양은 모의고사에서 언어, 외국어, 탐구 영역의 점수는 기대만큼 나오고 있지만, 유독 수리 영역만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올해 대입에서 낭패를 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 양은 “지난해 수능에 출제된 수리영역 문제를 풀어보고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6, 9월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 뒤 수리에 대한 자신감이 싹 사라졌다”면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난도나 문제유형 등에서 실전 수능시험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9월 모의평가를 통해서 이미 예견된 것처럼 올해 수능 수리 영역은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서울 지역 주요대학들이 수능 변별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수리 영역은 지난해 ‘1등급 컷 만점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제 수준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헌섭 유웨이중앙교육 교육개발부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 수리 영역 문제들을 분석한 결과 수학Ⅰ에서는 ‘순열과 조합’에서, 수학Ⅱ에서는 ‘다항함수의 적분법’에서 고난도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리 영역 고득점을 희망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은 고난도 문항 출제가 유력시되는 순열과 조합, 다항함수의 적분법 단원을 중심으로 신유형 문제들을 다양하게 풀어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많은 학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학을 기피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미리 차단하고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입시 압박감이 덜한 초중학생 때 수학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놓아야 한다. 학교 진도에 급급하거나 공식암기를 통한 정답 찾기 일변도의 문제풀이에 매몰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수학적 의문점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