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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12일 0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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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토요일-두 번의 실수, 괜찮아) 녀석이 아침부터 두 번이나 오줌을 쌌다. 그것도 말도 없이 많이∼. 옷을 갈아입히는데 물어뜯고 할퀴어서 목과 손에 상처가 또 났다. 아이고 아파라! 어떻게 하면 녀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분명 무언가를 요구하는 건데.’
인천 영종도 공항초등학교 3학년 3반 담임 빙주회 교사는 2년째 한 장애학생을 위한 일기를 쓰고 있다.
빙 교사는 이 장애학생이 입학한 1학년 때 첫 담임을 맡은 인연으로 3학년 때 다시 담임을 자원했다.
이 장애학생은 발달장애 1급으로 지능수준이 3세 아이 정도. 집과 학교 거리는 도보로 5분이지만, 등교시간은 40분 이상 걸려 상습(?) 지각생이다. 용변도 가리지 못하고, ‘도와주세요’를 ‘우세요’라고 할 정도로 말이 서툴다.
그러나 빙 교사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으로 교실 분위기가 사랑과 친절로 넘쳐난다.
8일에도 이 학생은 1교시 시작종이 울린 뒤 등교했다.
2교시 미술시간이 시작되고 10분가량 지나 “쉬”라는 외침이 들리자 빙 교사는 학생을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볼일을 본 장애학생은 자기 교실로 향하지 않고 요리실습이 이뤄지는 다른 반에 들러 부침개를 들고 나왔다. 이어 그의 전용 쉼터인 3층 체육관 구석의 매트 위로 달려가 한참 동안 누워있었다. 다시 컴퓨터 교실로 가서 자판을 두드렸다.
빙 교사는 화장실부터 내내 학생을 따라다니며 얼굴을 쓰다듬고, 팔다리도 주물러 주며 아양(?)을 떨었다. 미술 수업에 다시 참여시키기 위해서다.
장애학생과 너무 가깝게 지내다 보니 말 못할 사연이 많다. 학생들 앞에서 머리채를 잡히거나 꼬집히고, 물리고, 차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 밴드를 붙이고 다니는 날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 같은 생각이 들어 더 극진히 보살펴 주고 있다.
빙 교사는 1주에 한 번 음악학원에서 무료로 피아노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장애학생이 청음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 수시로 야외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함께 타고, 며칠 동안 집으로 데려가 생활하기도 했다.
빙 교사와 장애학생의 이런 행동에 다른 학생들은 익숙해져 있다. 빙 교사만큼이나 배려심이 있고, 도움을 주는 학생이 많아졌다.
3학년 3반 박주성 군은 “장애 친구를 도와주는 게 재미있고, 간식 시간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자주 놀아준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의 서지연 특수교사는 “3학년 3반 비장애 학생들은 장애학생을 단순히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고, 친구로서 양보할 줄 안다”며 “그래서 장애학생은 학교를 놀이터로 여기고, 이 같은 장면들은 감동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엔 1, 2급 장애학생 4명이 다니고 있어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교육을 하고 있어 특수학급 수업 40%, 일반 학생과 함께하는 수업 60% 정도로 배분하고 있다.
빙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건강하게 태어난 것만 해도 큰 축복’이라는 말을 수시로 하고 있다”며 “‘눈높이 교육’이 쉽진 않지만 이젠 학생들의 특별한 재능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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