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 전력 ‘꾼’들 점점 과격화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3번이나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나… 결국 ‘전경 폭행’ 혐의 구속

사법처리 29명중 10명 이미 ‘경찰서 경험’

경찰 “상습 폭력행사 인물 여러차례 포착”

3년째 특별한 직업 없이 전전하던 김모(28) 씨는 5월부터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에 초기부터 열성적이었다.

출근 도장 찍듯 집회에 참석하던 그는 촛불문화제 형식의 집회가 도로 점거로 이어진 첫날인 5월 24일 처음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새벽까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 하지만 단순 참가자로 분류돼 불구속됐다.

그로부터 일주일 만인 31일 김 씨는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청와대 진출을 시도한 시위대가 경찰의 최종 저지선을 뚫은 날이었다. 김 씨는 현장에서 경찰의 해산 요구에 불응하다 연행됐지만 역시 불구속 처리됐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두 번이나 철창신세를 졌지만 김 씨의 불법 시위는 계속됐다. ‘48시간 릴레이 시위’가 열린 6월 21일에는 직접 폭력에 가담했다. 이날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당기던 김 씨의 모습이 경찰의 현장 증거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경찰을 피해 달아났던 김 씨는 6월 28일 시위 현장에서 또다시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 부상자만 166명에 이르는 최악의 폭력 시위가 벌어진 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 씨는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채증 사진이 판독되기 전이라 김 씨에게 단순 집시법 위반 혐의만 적용됐다.

법망을 피해 다니던 김 씨였지만 결국 덜미가 잡혔다. 7월 26일 시위에서 전경 2명을 옷 벗기고 폭행하는 데 가담하는 모습이 경찰 사진에 또다시 포착돼 신원이 드러난 것. 8월 2일 새벽, 이날도 어김없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김 씨는 경기 의정부시 집 앞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그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5일 구속했다. 김 씨의 시위 행각도 막을 내렸다.

김 씨와 같이 상습적인 폭력 시위대가 적지 않다.

시위에 참가해 폭력을 휘두르는 탓에 ‘촛불 좀비’로 불리는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의 불법 폭력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서 폭력 행위가 채증돼 사법 처리된 시위대는 20일 현재 구속 12명, 불구속 14명, 영장 신청 3명 등 모두 29명이다.

29명의 혐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10명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 상습적인 불법 행위로 사법 처리된 전력이 있었다. 이 가운데 1명은 경찰에 연행된 횟수만 4회나 됐고 3명은 3회, 나머지 6명은 2회씩 경찰에 붙잡혔다. 종업원(3명) 무직자(3명) 대학생(3명) 고교 자퇴생(1명) 등으로 이들 10명 가운데 4명은 특수절도 등 3범 이상의 전과자였다.

시위 초기 도로 점거 등으로 사법 처리됐던 이들은 나중에는 쇠파이프와 망치를 휘두르는 등 회를 거듭할수록 과격한 폭력성을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 폭력을 휘둘렀던 사람이 또 시위에 나와 더 심한 폭력행위를 한다. 채증 사진을 분석해 봐도 동일 인물이 여러 차례 포착된 경우가 많다”며 “우선적으로 사법 처리 전력이 있는 시위대를 중심으로 증거 사진을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구속된 양모(38·무직) 씨도 처음엔 단순 시위 참가자로 불구속 처리됐다. 양 씨는 5월 30일과 8월 15일 시위 현장에서 집시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 연행됐지만 불구속돼 풀려났다.

하지만 경찰이 증거 사진을 판독하는 과정에서 양 씨가 8월 9일 서울 중구 명동의 가톨릭회관 주변에서 염산이 든 유리병 5개를 경찰에게 던진 사실이 확인돼 긴급 체포됐다. 이미 폭력 등 범죄 전력이 9범이나 되는 양 씨는 이로써 특수공무집행방해 전과를 추가하게 됐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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