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간부가…” 방송가 뒤숭숭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검찰의 연예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 로비 의혹 수사가 PD 소환으로 이어지는 데다 국세청이 또 다른 대형 연예기획사들을 세무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식 로비 징후를 포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 연예계가 뒤숭숭하다.

검찰과 국세청이 동시다발적으로 방송계 PD와 연예기획사 간 주식과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조사함으로써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던 방송·연예계의 ‘PD사건’이 또다시 임박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6월 하순부터 팬텀엔터테인먼트의 방송사 PD 등에 대한 각종 로비 의혹을 수사했으며, 지난달 7일 팬텀엔터테인먼트 본사와 이 회사의 전 대주주 이모(45) 씨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연예기획사인 J, Y사 등 여러 곳을 이달 초 추가로 압수 수색했다. 국세청도 P사 등 대형기획사들의 탈세 여부를 조사하던 중 주식 로비 진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판례 분석과 법리 검토를 통해 방송사 간부와 PD 등이 연예기획사에서 주식이나 현금, 도박 칩을 제공받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배임수재 혐의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러 연예기획사에서 주식과 현금을 받은 정황이 확인되면 지상파 방송사의 간부급 4, 5명은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일부 PD의 이름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PD들은 검찰의 소환 명단에 누가 들어가 있는지 알아보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일부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PD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떠나려다 공항에서 출국 금지된 사실을 알고 되돌아왔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드라마 제작 책임을 맡고 있는 ○○○ 간부가 좌불안석이다” “예능 담당 모 PD의 표정이 굳었다” “모 PD는 오래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더라” 등 여러 구설이 이어지고 있다.

한 PD는 “드라마의 경우 대형 외주제작사들이 손꼽을 정도여서 외주 관리를 하는 사내 고위 간부까지 깊은 거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국세청 등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는 소문도 있어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가요계의 매니저는 “PD들과 유착된 몇몇 기획사 간부들의 실명도 거론되고 있으며 이미 일부 PD는 잠적했다고 하더라”며 “검찰 수사 소문이 퍼지면서 대형 기획사의 매니저들은 연락이 안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예계에서는 이번에 거론된 주식 로비 등에 대해 “일부 PD와 기획사들에 국한된 사건이긴 하지만 대형 기획사들이 스타 키우기와 투자 유치, 코스닥 상장 등 단기간에 사업 실적을 내려고 하는 데서 빚어진 것”이라며 “지상파에서 오락 콘텐츠 생산을 독과점하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런 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