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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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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평가말고 정정보도에 충실 주문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김성곤 부장판사)는 31일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정정·반론보도 청구소송 선고 재판에서 이례적으로 “피고가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보도할 때나 그 전후에 판결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피해자의 구제 권리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았다.
재판부는 농림수산식품부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제기한 7가지 쟁점 중 2가지는 정정보도, 1가지는 반론보도하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4가지는 이미 해명했거나 ‘견해 보도’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김성곤 재판장은 “(MBC에) 일부 승소판결이 난 셈이지만 MBC가 정정이나 반론한 부분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승리한 것처럼 보도하거나 실질적으로 진 부분도 이겼다고 한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못 박았다.
재판부가 MBC에 ‘경고성 일침’으로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그동안 MBC가 PD수첩의 잘못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며 언론중재법 방송법 등에 따른 법적 판단에 역공세를 취해 왔기 때문이다. MBC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 조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시청자 사과) 결정, 검찰수사 중간 결과 등이 발표될 때마다 반발해 왔다.
5월 19일 언론중재위원회가 PD수첩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방송하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 PD수첩의 조능희 책임PD는 “5월 13일 방영된 PD수첩의 광우병 후속편에서 상당 부분을 반영했으며 일부 보도문은 사실과 달라 수용할 수 없다”고 중재위의 결정을 거부했다.
7월 16일 방송통신심의위가 PD수첩에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의결하자 MBC는 1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통심의위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방송 내용 전체가 불공정한 것으로 비치고 방송을 둘러싼 논란이 일부 신문들의 악의적인 보도로 확산되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MBC는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7월 29일 검찰이 PD수첩에 대해 “광우병 보도 23곳이 사실과 다르다”는 중간 수사 발표를 했을 때도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검찰은 수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낸 것이 없으며 오히려 수사를 의뢰한 농식품부의 대변인이 돼 버렸다”고 비난했다. 검찰이 제작진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에 대해서도 “해명자료를 이미 법원에 제출했고 농식품부에도 가 있을 것”이라고 대응을 거부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MBC가 언론중재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 검찰수사 등을 자초해 결국 책임문제 때문에 과오 인정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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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