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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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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도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는 논리와 ‘특성화가 살길’이라는 논리가 맞서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선택과 집중 쪽에 손을 들어 주었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진행해온 수도권 대학 특성화사업은 각 대학이 모든 학문 영역 중에서 대학의 상황에 맞는 특정 분야를 선택해 집중 발전을 도모하도록 했다. 이러한 전략은 재원이 한정된 우리나라의 경우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대학의 재정 지원금을 나눠 먹기식으로 배분하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선택과 집중에 ‘대학 자율화’라는 키워드가 하나 더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특성화사업과 지방대 혁신역량 강화(NURI)사업이 하나로 묶여 우수인재 양성사업으로 변신하게 됐다.
우수인재 양성사업은 정부가 객관적인 지표로 우수 대학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하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돈을 쓰도록 하고 있다. 각 대학의 선택과 집중은 총장이 알아서 집행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예산 집행 방식은 총장 선거제도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직접선거로 총장을 뽑는 대학은 나눠 먹기식 선거 공약이 나올 우려가 매우 높다. 대학의 장기 발전 계획보다는 표가 많은 분야에 예산이 더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총장 직선제가 많은 국내 대학의 현실에 비춰 볼 때 특성화 지원 방식에 비해 대학 발전의 효율성이 떨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우수인력 양성사업의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학들도 무한경쟁의 틀 속에서 세계 50대 대학, 100대 대학에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고, 나눠 먹기식 예산 배분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세계 대학평가에서 주로 쓰이는 지표인 세계적인 석학 수, 우수논문 발표 수, 외국인 교수 비율, 교수대 학생 비율, 도서관 장서 수 등을 세계 저명 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반드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대는 역사가 일천하지만 법과대학이 유명하다. 워싱턴 근교에 위치한 장점을 살려 대법원 판사나 내로라하는 로펌의 변호사들을 겸임교수로 초빙하고 학생들을 인턴으로 파견하는 전략으로 단기간 내에 미국 법대 상위권에 올라섰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이공계열을 선택해 집중 투자함으로써 최고 대학으로 자리 잡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에 힘입어 기업형 대학으로의 변화 전략을 구사한 결과 세계 20위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국내 대학 발전 전략의 수립 및 선택과 집중은 결국 각 대학의 몫이지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의 자율성 신장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선택과 집중 유도 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익환 고려대 교수 특성화사업단장협의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