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한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 입력 2008년 7월 16일 05시 53분


“멋진 소방관이었는데…. 법과 제도가 순직자의 목숨을 두 번 죽이는 꼴입니다.”

24시간 근무 뒤 휴무일인데도 해수욕장 개장식에 동원됐던 20대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2200여 명의 부산지역 소방관들이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부산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김종귀(29) 소방사는 4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다 해운대구 송정터널 안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6월 중순부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에 구조요원으로 파견된 김 소방사는 24시간 근무를 마친 뒤 쉬지도 못하고 이날 개장한 송정해수욕장의 구조 시범 행사에 동원된 뒤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개인사로 치부됐다. 국가유공자예우법에는 출퇴근 시 사망사고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아 국립묘지 안장이나 유족연금 지급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단지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일반 순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유족들은 전후사정도 모른 채 6일 쓸쓸하게 장례를 치렀다. 부산시나 소방당국 고위관계자의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부산시 홈페이지에는 “해도 너무한다”는 동료 소방관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119 출동 중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가 나 죽으면 그건 뭐냐는 소리도 있었다. 수상구조대를 왜 소방에서 맡는지, 파견 소방관이 제대로 잠잘 곳이나 쉴 곳도 없이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묻는 글도 있었다.

생색내기식 행정에, 인권을 무시한 휴무 동원 행사로 유명을 달리한 김 소방사의 죽음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와 다름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타까움이 크지만 현행 법률상으론 한계가 있다”는 답변 대신 법적 맹점을 고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소방당국과 부산시에 필요한 게 아닐까.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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