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웬 쇠고기 파업 ?” 현장선 정치성 이슈에 ‘싸늘’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깃발 올린 건설중장비 노조 화물연대에 이어 파업에 들어간 건설중장비 노조원 1만여 명이 16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유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깃발 올린 건설중장비 노조 화물연대에 이어 파업에 들어간 건설중장비 노조원 1만여 명이 16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유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부결’ 현대차 파업 동참땐 논란 예상

동력 떨어져 ‘간부 투쟁’에 그칠수도

민주노총의 총파업 찬반투표 중간집계 결과 쌍용자동차는 전체 조합원 대비 찬성률이 50%에 못 미쳤다.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근로조건과 직결된 노동조합 본연의 목적과는 관련 없는 정치파업에 동원되자 반발감이 확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은 정치파업에 냉담=16일 개표 결과가 나온 사업장 87곳의 경우 조합원 7만7729명 가운데 80%가 참여했다.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56.7%. 찬성률이 과반에 못 미쳐 부결된 사업장이 16개였다. 파업안을 가결한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도 찬성률이 높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는 59.2%에 그쳤고 GM대우자동차는 간신히 52.1%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는 투표자의 55.95%가 찬성했지만 전체 조합원으로 따지면 48.36%만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이 파업 강행을 결정하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찬성한 조합원이 과반수가 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 장규호 공보부장은 “이번 투표는 민주노총의 민생안정 및 생존권 사수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에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적어도 70% 이상의 찬성률로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봤을지 몰라도 현장의 분위기는 표가 증명해주듯 정치파업에 냉담하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의정팀장은 “민주노총이 말하는 명분에 동감하지 않는 조합원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총파업 실행 가능성은=민주노총은 17일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구체적인 투쟁 일정을 제시할 계획이다. 투표 결과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단위사업장이 모두 파업에 들어가는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분석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속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지침을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4사에 내린 것도 민주노총 지도부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금속노조 자체의 파업으로 몰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간부 투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실제 작업현장에서 근무하지 않는 노조 간부만 파업에 참여할 뿐 조합원 참여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남성일(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그동안 노조가 조합원뿐 아니라 국민에게 외면받았던 것이 정치적 구호인데 아직까지 이를 통한 집단행동 생산 차질을 반복하고 있다”며 “상급단체 중심의 정치운동 양태를 보이므로 민주노총이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쟁의행위조차 될 수 없는 파업=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운하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 정치적 사안을 내건 이번 총파업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불법 파업이 아니라 불법 집단행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관계법상 합법적 파업은 목적과 방법, 절차 등 3가지 요소가 모두 정당해야 한다. 목적은 임금과 근로조건에 국한돼야 한다.

또 폭력이나 시설 완전점거 등 폭력 행위를 동원하면 안 된다. 아울러 법에서 정한 조정 등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민주노총이 파업의 이유로 내세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는 목적부터가 파업의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고유가·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 복지와 상관없는 ‘쇠고기 문제’를 앞세워 정치파업에 나서려는 데에 일선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지난해 7월 금속노조가 한미 FTA 반대 정치파업에 나섰을 때도 대다수 조합원이 외면해 일부 간부와 노조원만의 파업에 그쳤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촛불시위를 찬성해도 이걸 갖고 파업까지 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많아 노동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쇠고기 총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임단협과 관련되지 않은 노동법상 명백한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정부는 관계부처장관 회의를 즉각 소집해 지도부 등 관련자를 끝까지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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