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퇴진운동 불사” 효순-미선양 추모제

  • 입력 2008년 6월 13일 22시 19분


1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야 시골인데 뭐 아는 것이 있나, 그냥 농사만 지을 뿐이지."

6년 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 효순 미선 양이 살던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2리 백대현 이장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를 애써 모른 척 했다.

13일 오전 사고현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다녀왔다는 백 이장은 "두 아이의 부모도 그저 농사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갑자기 (쇠고기 때문에) 관심을 보여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백 이장의 설명대로 매년 추모제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효순 미선 양 가족들은 이날 추모제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두 여중생 가족들은 서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도 물론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두 여중생의 부모는 저녁 늦게까지 집을 비웠다. 심지어 밤늦게까지 휴대전화도 받지 않는 등 이날 하루 종일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다.

추모비 인근의 자택에서 만난 미선 양의 할머니(74)도 "애들(미선양 부모)도 그렇고 효순이네 집에도 모두 어딜 가고 없다. 자꾸 찾아오는 분들도 수고스럽지만 우리도 힘들다"며 세상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무엇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효순 미선 양 추모와 연결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모제에 불참한 것도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추모제와 연계되면서 언론 등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가까이서 지켜 본 백 이장 역시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 것 아니냐"며 "잊을 만 하면 다시 거론되니까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들이 평범하게 농사지으면서 조용히 살 수 있도록 언론과 국민들이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주=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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