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곤충에 빠진 아이들, 자연에도 푹~

  • 입력 2008년 6월 13일 06시 36분


경북도 자연환경연수원 ‘체험환경교육’ 인기

“그럼 파리는 자연을 청소하는 좋은 역할도 하네요.”

11일 경북 문경시 마성면 오천리 동성초교(교장 신금식) 강당. 학생 100여 명은 경북도 자연환경연수원(원장 김영문)이 마련한 ‘체험환경교육’ 프로그램에 흠뻑 빠졌다.

곤충과 식물, 암석 분야 전문가 6명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세계를 재미있게 소개하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프로그램을 지도한 자연환경연수원 심재헌(45·곤충학) 박사는 “파리는 DNA 염기서열이 사람과 비슷해 유전공학 연구 등에 많이 활용되고 유충인 구더기는 각종 사체를 분해해 자연을 깨끗하게 하는 일도 한다”고 설명했다.

파리의 새 모습을 알게 된 아이들의 눈은 똥그래졌다.

6학년 노혜정(13) 양은 “파리는 나쁜 곤충인 줄로만 알았는데 자연에서는 자기의 역할을 잘하는 것 같다”며 “이제 하찮아 보이는 곤충이라도 잘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론적 설명과 함께 나무토막을 이용해 여러 가지 곤충 모형을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해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주는 게 특징. 공부한 내용에 대한 즉석 퀴즈대회도 열려 입상한 학생에게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선물하기도 한다.

학생들과 함께 곤충 모형을 만들어 본 전영희(36·여) 교사는 “곤충의 세계를 이렇게 재미있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라며 “아이들이 주변의 자연환경을 꼼꼼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는 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 경북도내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중심으로 열리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7월 중순까지 14개 초중학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학교에서 자연환경연수원 연수과(054-440-3252)로 신청하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구미의 금오산 자락에 있는 경북도 자연환경연수원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자연환경교육센터다.

1983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46만 명가량의 주민과 학생, 교사 등이 연수에 참여했다. 특히 8주 과정의 자연관찰지도사 양성교육을 통해 10년 동안 3000여 명이 배출돼 경북도내 23개 시군에서 환경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자연환경과 생태에 대한 교육을 전문성과 현장성을 결합해 실시하기 때문이다. 13만2000m² 크기의 연수원 곳곳에도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올해 2월 제정된 ‘환경교육진흥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환경교육 강화를 명시하고 있어 자연생태에 대한 연수와 교육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연수원 자연환경연수과장인 심학보(50·생태학) 박사는 “온난화와 같은 지구촌 전체의 환경 문제도 생활 주변의 환경학습을 통해 관심을 더 높일 수 있다”며 “더욱 다양하고 현장감 있는 교육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경북도 자연환경연수원은 10월 10, 11일 연수원 일대에서 ‘환경과 인간의 아름다운 만남’을 주제로 ‘제1회 전국 환경보전 종합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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