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한국토종 민물고기 ‘미호종개’ 지켜주세요”

  • 입력 2008년 6월 10일 06시 16분


지난 1년 동안 대전 서구 월평공원 인근 갑천에서 낚시를 하던 낚시꾼들은 가끔 무안을 당해야 했다. 이 하천 1.2km 구간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미호종개’ 보호활동을 벌이는 ‘하늘 땅 물 지킴이(S.E.W Guardian)’ 소속 고교생들이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낚시를 만류했기 때문이다. 이 모임의 팀장인 중앙고 이황재(18·3년) 군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했지만 화를 내시는 어른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늘 땅 물 지킴이’는 대전사랑운동본부 청소년봉사단의 일원인 중앙고 이황재, 이원철(18·3년), 김동영(17·2년) 군, 대전외고 유세영(17·영어과 2년), 박현지(17·중국어과 2년) 양 등 5명이 지난해 5월 결성했다. 이 하천에 미호종개가 서식한다는 보도를 접한 직후였다. 최근에는 대성고 박지민(17·2년), 충남고 방병권(16·1년) 군, 둔산여고 이진솔(16·1년) 양 등 3명을 2기 회원으로 받았다.

몸길이 6∼7cm의 기름종갯과인 미호종개는 충북 청원군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된 한국 고유어종으로 천연기념물 454호이면서 멸종위기종 1급 민물고기. 미호천의 오염으로 지금은 대전 갑천과 충북 진천 및 충남 부여의 일부 하천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하늘 땅 물 지킴이’는 이 민물고기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수시로 하천을 찾았다. 낚시꾼이 앉기 위해 옮겨놓은 돌을 치우고 물길을 터주는 한편 하천변의 쓰레기를 주웠다.

기발한 홍보활동도 펼쳤다. 방과 후나 주말에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미호종개를 아시나요’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미호종개에 대한 플래카드와 피켓, 홍보 전단 등을 만들어 대형마트나 각종 축제장을 찾았다. 블로그(blog.naver.com/mihojonggae)를 만들어 미호종개 게임을 올리고 4행시 대회도 열었다. 세영 양은 “미호종개 보호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