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시내버스 100배 즐기기<16>221번

  • 입력 2008년 6월 6일 06시 57분


‘1984년 3월, 대정동 새 교도소로 이사하기 위해 호송차를 타고 구 교도소 철문을 나왔을 때 해방감에 즐거운 소리를 내다가 저만치 새 교도소의 높은 감시대와 견고한 주벽을 보자마자 나는 침묵하고 맙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성공회대 신영복(68) 석좌교수. 그는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했던 심경을 이렇게 썼다.

민족의 비극적 사연이 무수히 깃들어 있는 대전형무소. 이곳에 지금은 한국자유총연맹이 들어서 있다. 221번 노선의 대전 중구 중촌동 자리다.

▽민족의 비극이 서려 있는 역사의 현장=대전시내버스 221번은 유성구 원내동 서일고에서 출발해 건양대병원∼도마사거리∼가장사거리∼용문동∼동서로사거리∼중촌동사거리∼중앙로∼대전역∼인동사거리를 거쳐 판암동까지 운행한다. 평일에는 8분 간격, 주말과 휴일에는 9∼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목동4거리에서 내려 2분쯤 걸어가면 구 대전형무소 자리가 나온다. 현재 한국자유총연맹이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1919년 5월 일제(日帝)가 만세운동 독립투사들을 수감하기 위해 소규모로 지었다가 1939년 크게 확장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독립투사와 고암 이응로 선생이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6·25전쟁 중에는 연합군에 쫓기던 북한군이 양민을 학살하기도 했다. 또 이곳에 수감돼 있던 500여 명의 민간인은 ‘대전 보도연맹원’과 ‘좌익 불순자’라는 이유로 낭월동 골령골에서 무참히 학살되기도 했다.

대전형무소는 지금은 유성구 대정동으로 이사하고 우물과 망루(대전시문화재자료 제47호)만이 보존돼 있다. 우물 옆 안내문에는 ‘애국지사 1300명을 우물에 생수장시킨 민족의 한이 서린 역사현장’이라고 적혀 있다.

▽재래시장 가는 날=221번 노선 중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은 도마동 가장동 재래시장과 대전역 앞 중앙시장, 인동시장 등이다.

대전역에서 내리면 홍명상가로 이어지는 가로 세로 폭 100여 m 거리가 모두 시장이다. 7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곳에선 잡화, 의류, 한복, 농기구, 헌책방을 비롯해 1000원짜리 잔치국수, 소와 돼지껍데기를 고추장 등 갖은 양념에 볶아 내놓는 수구리 등을 만날 수 있다. 1000원짜리 선지국밥, 튀김집 등도 즐비하다.

도마시장과 가장동시장 등도 비슷한 풍경이다. 최근 이곳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가림 시설은 물론 쇼핑카, 유모차 등도 준비돼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자녀를 위한 경제교육 장소로도 제격이다.

▽맛의 쌍벽들=221번 노선에는 ‘맛 대 맛’을 겨루는 집들이 있다.

갤러리아 동백점 뒷골목에 있는 한정식집 송원(042-256-0316)과 충남도청과 대전세무서 사이 한정식집 천종(252-8388)도 그중 하나.

20년 역사를 지닌 송원은 여주인 김봉례 씨가 ‘고품격’ 메뉴를 고집하며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한다. 특히 주방의 김기태(74) 씨와 김정자(66) 씨는 개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20년째 남매처럼 이 집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다. 한 상 가득히 깔리는 메뉴마다 어머니의 손맛이 배어 있다.

송원이 세련된 맛이라면 천종은 투박한 맛이다. 주인 김정숙 씨가 1991년 개업해 17년째 비슷한 메뉴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방을 지키고 있는 정육녀(65) 씨 역시 이 집에서만 10년이 넘었다. 된장과 깻잎 반찬 등은 깊은 맛이 난다.

두 식당 모두 2만 원에서 5만 원(저녁 1인 기준)까지 주머니 사정에 맞춰 주문할 수 있다.

판암동 배수지삼거리 입구 판암면옥(284-4850)과 인근 동신고 입구의 원미면옥(286-7883)도 이 지역 냉면의 쌍벽을 이룬다. 사골이나 동치미가 아니라 모두 닭고기 육수를 쓰는 게 특징. 맛이 깔끔하면서도 가격(3000∼3500원)이 저렴하다.

중앙로역에서 내려 중구선거관리위원회 옆으로 가면 한밭칼국수(254-8350)가 있다. 이 집의 두부탕은 대전지역 미식가라면 대부분 안다. 멸치육수에 대파를 듬뿍 넣고 두툼하게 썬 두부를 끓여 겉절이에 말아 먹는다. 국물에 칼국수와 밥을 볶아 먹는 것도 일미다. 두부탕 5000원.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충남대 농대∼명석고를 운행하는 190번 노선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공동기획:대전시·대전버스운송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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