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다 커진 강남 방과후학교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수준별 명강의 들으러 가자” 다른 학교 학생들도 몰려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강남의 중학교에서 정규수업 이후에 진행되는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 수가 정규수업을 듣는 학생 수를 앞지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교육청은 29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10개 방과후학교 거점학교를 조사한 결과 5월 영동중과 언북중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참여 학생 수가 정규수업을 듣는 학생 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영동중은 정규 수업 정원이 928명인 데 비해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 수는 1126명으로 198명이 많았다. 언북중도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이 852명으로 정규 수업 정원(674명)보다 178명이 많았다.》

■ 영동-언북中 ‘참여학생>학교정원’ 역전



틀 매이지 않은 수업

학습흥미 유발 성공

10개 거점학교 인기

다른 8개 거점학교의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 수도 3월보다 10∼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교육청은 학교마다 실시하던 방과후학교를 지난해부터 2∼5개의 인접한 중학교를 묶고 이중 한 학교를 거점학교로 선정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지난해 5개 거점학교, 2856명이던 방과후학교가 올해에는 거점학교가 10개교로 늘고 참여 학생도 15일 현재 8508명을 기록했다.

인근 학교 학생들이 몰리면서 영동중은 25%, 언북중은 27%가 다른 학교 학생들이다.

인기의 비결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무학년 수준별 진행 등으로 수업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여러 학교에서 ‘명강의’로 유명한 교사들이 모이다 보니 강의 질이 높다는 것.

언북중은 강사 23명 가운데 12명이 다른 학교 교사이며, 영동중은 27명 가운데 12명이 외부 교사, 5명은 고교 교사도 참여하고 있다.

장오순 언북중 교감은 “방과후학교는 한 반 15명을 수준별로 편성하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높다”며 “학원을 그만두고 방과후학교에 오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재 영동중 교감은 “매월 성취도 평가를 실시한 뒤 학부모와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학생이 뒤처지지 않도록 한다”며 “전담 관리 교사를 배치하고 교장과 교감 등이 남아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는 것도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틀에 박힌 교과과정이 아니라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개방적인 운영 방식도 성공의 원인으로 꼽힌다.

영동중에서 진행되는 허미선(서운중) 교사의 논술 강의를 듣기 위해 다른 학교에서 오는 학생이 100명을 넘는다.

허 교사는 “교과서가 아닌 직접 만든 논술 교재를 사용하고 수업 시간도 90분으로 늘려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북중 2학년 성은지(14) 양은 “방과후학교의 물리탐구 수업에서 정규 수업 시간에 할 수 없는 각종 실험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능한 교사를 발굴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