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대응 이대로는 안된다”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한나라당 지도부가 8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나빠진 국민 여론과 관련해 자성론을 폈다. 이날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안상수 원내대표, 강 대표, 정형근 전재희 최고위원. 박경모 기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8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나빠진 국민 여론과 관련해 자성론을 폈다. 이날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안상수 원내대표, 강 대표, 정형근 전재희 최고위원. 박경모 기자
당-정-청 국정시스템 재정비론

靑 ‘컨트롤 타워’ 역할 못해… 인력 보강 검토

黨 ‘위기 공감’ 국정쇄신책 13일경 靑에 전달

‘쇠고기 논란’이 좀처럼 꺼지지 않으면서 당-정-청의 국정운영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심각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쇄신책을 건의하기로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와 내각의 국정 조정 및 홍보 기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고, 국정운영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최고위원회의 참석자들이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청와대 인책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당이 쇄신책을 공식 건의하면 여권 개편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커지는 “청와대 쇄신” 목소리

비판의 1차적 대상은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특히 수석비서관급 참모들이다. 주요 이슈나 현안에 대해 각 부처에 명확한 방향타와 대응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사안이 정치 사회적으로 발전되는 것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고 죄송스럽다”며 “정치 사회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 기능을 직설적으로 문제 삼았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무 쪽 문제는 워낙 두드러지기 때문에 교체가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 “이번의 쇄신책 논의는 그동안 제기됐던 청와대 정무라인 교체 및 보강 요구보다 더 포괄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이런 기류가 당장 청와대 참모들의 교체 등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이날 “뭘 또 (사람을) 바꾸느냐. 시련을 겪으면 더 강해진다”고 밝힌 만큼 정무 민정 홍보 경제 등 일부 라인의 기능 조정이나 인력 충원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광우병 논란의 한 축이 인터넷 괴담인 만큼 인터넷 관련 팀을 별도로 두는 방안 등이 고려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 출범 초반이라 청와대와 내각을 큰 폭으로 교체하려다간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전면 교체보다는 시스템을 조정하는 게 낫다”며 “교체하더라도 쇠고기 파동이 정리된 후 검토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심 이반과 국정 지지도의 급락 상황이 심각한 데다 여당이 국정쇄신책을 공식 건의해 오면 상당한 폭의 여권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 한나라당 “국정쇄신 필요”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일부 정부 부처에도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할 말은 없지만, 광우병 논란에 대해 제대로 된 보고서를 낸 부서가 거의 없었다”며 혀를 찼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실별로 관할 부처에 대한 장악력 제고를 위해 상시평가제도를 강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에서도 국정쇄신 요구가 쏟아졌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일 고위당정협의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합의했는데도 (발표가) 하루 더 끌었다. 당정이 다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정시스템 개선 방안으로 대통령실 정무기능 보강 외에 총리실의 국정조정기능 활성화, 장관 인사권 강화를 통한 힘 실어주기 등이 우선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김학송 전략기획본부장이 중심이 돼 당내 의원들을 상대로 국정쇄신책을 취합한 뒤 13일경 당 내부 검토를 거쳐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전달 방법은 이 대통령과 강 대표의 정례회동이나 다른 공식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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