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시력 1.0’ 지키기]<2>인터넷-게임 멀리하세요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요즘 유행하는 휴대용 게임기는 시력 보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게임기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모니터에 바짝 다가가게 되면서 시력이 나빠진다. 김동주  기자
요즘 유행하는 휴대용 게임기는 시력 보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게임기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모니터에 바짝 다가가게 되면서 시력이 나빠진다. 김동주 기자
PC에 딱붙어 게임하면 각막손상 위험

초등학교 2학년 최동민(8·서울 구로구 고척동) 군은 양쪽 시력이 0.3으로 3개월 전부터 안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1개월 전부터 앞이 흐릿하게 보이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안과 검진 결과 최 군의 시력은 급격히 떨어지면서 안경 도수가 한 달 새 1.5디옵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눈이 나빠질 경우 6개월에 0.5∼1.0디옵터씩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최 군의 근시 진행 속도는 매우 빠른 것이다. 최 군의 부모는 컴퓨터를 치우는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 군은 아침에 눈을 뜨면 컴퓨터부터 켜고, 학교와 학원에서 돌아와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컴퓨터만 들여다본다.

▽컴퓨터 게임 오래하면 각막 손상=컴퓨터 TV 등 전자기기는 아이들의 눈을 망치는 주요 원인이다. 닌텐도 등 휴대용 게임기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게임까지 인기를 끌면서 아이들의 눈은 더욱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9∼19세 청소년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터넷 중독 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평일 1.6시간, 주말과 휴일 2.6시간씩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이용 시간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컴퓨터게임 시간이나 CD를 이용한 컴퓨터 학습 시간까지 포함하면 컴퓨터 이용 시간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TV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06년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평일 2시간 44분, 주말과 휴일 3시간 32분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나 TV를 오래 본다고 해서 당장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전자기기들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아이들은 집중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모니터에 바짝 다가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력이 나빠진다.

이주연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게임, 인터넷 등에 집중하면 자신도 모르게 목을 쭉 빼고 모니터를 응시하게 된다”면서 “모니터를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들여다보면 공막이 늘어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 시력을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공막은 눈의 흰자위 부분으로 탄력성이 있는데, 쉬지 않고 계속 가까운 곳을 보면 탄력성이 떨어져 제 모양을 찾지 못하게 된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 보면 눈이 메말라 염증성 질환을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각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송종석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팀이 고교 남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할 때 눈을 몇 번 깜빡이는지 조사한 결과 게임할 때는 1분당 5.44회로 나타났다.

사람의 평상시 눈 깜빡임 횟수는 1분당 15∼20회가 정상이다. 눈을 부릅뜨고 게임을 하다보면 눈을 깜빡이는 것을 잊게 된다. 눈 깜빡이는 횟수가 줄면 눈물 분비량이 줄어 눈이 건조해지고, 결과적으로 시력이 떨어진다.

이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를 오래 이용할수록 눈을 깜빡이는 횟수는 더욱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시간을 40분으로 늘렸을 때 첫 10분 동안은 57회 눈을 깜빡였지만 마지막 10분 동안은 41회로 줄어들었다.

■ 이렇게 예방하세요

▽먼 곳의 물체를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해줘야=요즘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학습 및 오락 기기가 됐다. 컴퓨터 사용을 막을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력을 보호하려면 될 수 있으면 모니터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모니터와 눈의 거리는 항상 40cm 이상 되도록 한다.

모니터는 눈보다 낮은 위치로 조절한다. 모니터가 눈보다 높은 위치에 있으면 눈을 치켜뜨게 되고, 노출되는 안구의 면적이 커져 눈이 빨리 마른다.

컴퓨터 게임은 한 번에 10분 미만으로 해야 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최소 30분 이상 게임을 한다. 이럴 때는 게임 틈틈이 눈을 쉬게 해줘야 한다.

눈을 쉬게 하려면 그냥 모니터에서 눈을 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눈에 힘을 주지 말고 먼 산, 먼 곳의 나무나 건물 등을 응시한다. 아무것도 없는 빈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좋지 않다.

장지호 순천향대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먼 곳을 바라보면 공막 주위 근육의 긴장이 풀리며 눈이 쉬게 된다”면서 “그냥 허공을 바라보지 말고 뚜렷하게 바라 볼 수 있는 목표가 있어야 눈의 긴장 완화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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