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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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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은 번듯한 사업가이고 부모도 잘 모신다. 이 씨는 노점 장사를 하지 않아도 생계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새벽마다 종로로 일을 하러 나오고 있다.
“난 늙어서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일하는 거야.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지만 사회 여건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본보가 25일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우리나라 노인의 사회참여 유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을 가진 노인들은 금전적 이유 못지않게 ‘떳떳한 삶’과 ‘독립적인 인생’에 대한 욕구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2004년 실시한 ‘전국 노인생활 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에 응했던 65세 이상 노인 3029명의 자료를 재분석해 사회참여 유형을 분류했다.
유형별 분포는 경로당에 주로 있는 ‘경로당형’(1082명·36%)이 가장 많았고, 종교단체 활동에 치중하는 ‘종교형’(702명·23%), 농축산업과 판매종사 서비스 등 일에 집중하는 ‘직업형’(546명·18%), 봉사활동을 주로 하는 ‘자원봉사형’(398명·13%)의 순이었다. 집에만 있는 ‘비참여형’은 301명(10%)이었다.
보사연은 이어 도시 5명, 농어촌 6명, 도시와 농어촌 복합지역 5명 등 1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 노인들은 경제적 이유 외에도 삶의 의미를 얻기 위해 일자리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노인이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식의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김모(73) 씨는 “공무원 퇴직 후 일자리를 찾았지만 잘 안됐다”며 “교통정리 같은 봉사활동을 하려해도 주변에서 ‘그 나이에 무슨 일을 하냐’라는 식이라 의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박모(70) 씨는 “구직 신청서를 냈는데, 회사에서 아예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경비 일이라도 맡으면 능력 있는 노인”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보사연 고령사회정책팀연구원은 “경로당에 가는 노인이 많은 것은 노인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증거”라며 “제도적으로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