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장관의 자금을 관리한 은행 지점장 출신 서모(67) 씨는 24일 "박 씨가 1996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 차명계좌에 예치된 돈을 내가 인출해 (선거자금 명목으로)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1억 원 정도 들어가는 마대(쌀포대)를 이용해 한번에 3, 4개 씩 차량에 싣고 박 씨의 대구 선거사무실로 갖다줬다"고 덧붙였다.
서 씨는 박 전 장관의 경북고 동기동창으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박 전 장관의 자금 관리를 맡았다.
자금 규모에 대해 서 씨는 "2002년 초반 때만 해도 100억 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10년 넘게 관리한 전체 액수를 다 합치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서는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서 씨는 "이자소득에 따른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여러 계좌로 쪼개서 관리했을 것"이라며 "이런 사실이 언론에 다 나왔는데 국세청은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 측은 지난해 4월 서 씨가 자신의 예금 6억6000여만 원을 횡령했다며 수원지검에 고소했고 검찰은 같은 해 11월 횡령혐의로 서 씨를 기소했다.
한편 서 씨는 24일 열린 1차 공판에서 "1년짜리 예금을 돌려주고 5년 만기 예금이 남았는데 박 씨의 처남이 '자기 돈이니 내주지 말라'고 해서 갖고 있었다. 분쟁예금이라 은행도 지급정지를 내린 상태"라고 주장했다. 2차 공판은 4월 21일 열릴 예정이다.
수원=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