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예슬이마저? 시신일부 시흥 군자천서 발견

  • 입력 2008년 3월 18일 21시 50분


18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서 해병전우회 회원들이 직접 물에 들어가 죽은 우예슬 양의 시신을 찾고 있다. 김재명 기자
18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서 해병전우회 회원들이 직접 물에 들어가 죽은 우예슬 양의 시신을 찾고 있다. 김재명 기자
안양 초등학생 실종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8일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 하류에서 우예슬(8) 양으로 추정되는 토막 난 어린이 시신을 발견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군자천 하류 군자 5교에서 8교 사이에서 어린이의 양팔과 양 다리, 몸통 윗부분 등을 발견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우 양인지 확인하고 있어 이르면 19일 오후에는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날 용의자 정모(39)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개천에 유기= 경찰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정 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밝힌 군자천에서 양수기 2대를 동원해 수심 1m의 물을 빼내며 경찰과 해병전우회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물을 빼기 시작한 지 2시간이 채 안돼 우 양으로 추정되는 시신 일부가 군자천의 가장 하류에 있는 군자8교에서 상류로 약 250m 정도 올라간 곳에서 발견됐다.

이어 이곳에서 하류로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 일부가 추가로 발견됐다. 시신은 장기간 물 속에 있어 퉁퉁 불어 있었으며 부패가 심한 상태였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해병대전우회 손모(37) 씨는 "동료 5명과 함께 군자천에 들어가 바닥을 발로 차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2m 쯤 앞에서 팔로 보이는 물체가 떠올라 가까이서 보니 어린이의 팔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날이 어두워지자 이날 오후 7시경 수색 작업을 중단하고 19일 오전부터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시신 부위를 찾기 위한 수색을 재개하기로 했다.

군자천은 공단 사이를 흐르는 폭 10m 정도의 작은 개천으로 평소에는 어른 허리 정도의 깊이고 물살은 거의 없는 편이다.

우 양으로 추정되는 시신 발견소식을 전해들은 우 양의 어머니(35)는 "예슬아 예슬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우리 예슬이 불쌍해서 어떻게 해. 잘 해 주지도 못했는데…"라며 오열했다.

전날 장례식을 마친 이혜진(10) 양의 오빠는 "예슬이라도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장을 통해 드러난 범행= 두 어린의 집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사는 정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5시 20분경 안양 8동 문예회관 앞에서 이 양과 우 양을 발견했다. 두 어린이의 집에서 330여m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정 씨는 이 양 등을 꾀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차례로 살해한 뒤 오후 9시50분경 집에서 5km가량 떨어진 관양동 K렌트카에서 승용차를 빌렸다.

정 씨는 경찰에서 "(아이들을) 집에서 토막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제3의 장소에서 살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 씨는 토막 낸 두 어린이의 시신을 빌린 승용차 트렁크에 실은 뒤 평소 대리운전을 하면서 눈여겨 보아둔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호매실 나들목으로 갔다.

정 씨는 땅을 30cm가량 깊이로 3곳을 판 뒤 이 양의 시신을 매장했다.

그러나 땅이 얼어 더 이상 파는 것이 힘들어 지자 정 씨는 우 양의 시신을 싣고 인적이 뜸한 군자천으로 향했다. 군자 5교 근처에 차를 세운 정 씨는 개울에 우 양의 시신을 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정 씨는 승용차에 남아있을 핏자국 등 범행 흔적을 없앤 뒤 다음날 오후 3시 15분경 반납 예정시간보다 6시간 빨리 승용차를 반납했다.

정씨는 경찰이 1월 10일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자 "실종 당일 집에 하루종일 있었다"고 둘러댔다. 경찰이 돌아간 뒤에는 평소처럼 대리운전을 하며 지냈다.

11일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뒤 언론의 수사보도를 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정씨는 경찰수사가 좁혀오자 15일 충남 보령 어머니 집으로 도피했다 다음날 경찰에 붙잡혔다.

살해경위에 대해 정 씨는 "12월 25일 9시경 렌터카를 몰다 두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정 씨가 렌터카를 빌린 시각은 오후 9시 50분경이며 이 양의 시신과 렌터카에서 교통사고 흔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가 변태적 성욕을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안양=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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