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골프장 몸살’ 앓는 의령

  • 입력 2008년 3월 13일 07시 40분


경남 의령군이 ‘골프장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4개의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는 가운데 자굴산 자락에 들어서려는 ‘자굴산 골프장’을 두고 행정당국과 주민 간 대립이 첨예하다.

▽주민 반발=의령군 칠곡면 14개 마을 이장들은 지난달 중순 자굴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전원 사표를 냈다. 남녀 새마을지도자 28명도 동반 사퇴했다.

이 때문에 농번기를 앞두고 영농자재 신청 등 이장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면사무소 직원이 직접 처리하고 있다.

‘자굴산 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전영수 이장단협의회장)는 “칠곡면은 물 부족 지역이어서 골프장이 들어서면 극심한 용수난이 불가피하다”며 “주민 생존권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고 밝혔다. 자굴산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내조리, 외조리 인근에는 600여 가구, 1300여 명이 살고 있다.

전 위원장은 “지역 주민 96%가 반대하는 사업이면 군수가 취소해야 한다”며 “김채용 군수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자굴산에 골프장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의령군이 칠곡면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강행했으나 군청 직원이 반대 주민들의 입장을 저지하면서 부상자가 생겼다.

대책위 관계자는 “업체 측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월등하게 나아지는 조건을 내걸고, 이를 의령군이 보증한다면 협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의령군 주장=의령군은 “지역 발전과 세수 확대를 위해 골프장 건설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의령군에는 골프장이 한 곳도 없다. 4곳 모두 개장해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게 의령군의 주장.

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지하수와 환경오염 문제는 사업시행자 측과 충분히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며 “대책위에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아 대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행정기관으로서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된 민원도 처리해주지 않을 수 없다”며 “주민들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령군은 지난달 13일 파행으로 끝난 주민설명회 다음 날 경남도에 자굴산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용도지역변경 및 시설결정 신청을 했다.

자굴산 골프장은 대중 27홀. 사업시행자는 그린시티컨설팅, 건설 이후 운영주체는 한국교직원공제회다.

의령군이 의령읍 남강변에 건설한 ‘의령 친환경 대중골프장’(9홀)은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의령읍 ‘의령 골프장’(12홀)과 화정면 ‘화정 골프장’(18홀)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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