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모녀 실종… 前프로야구 선수 추적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문 잠긴 실종 일가족 집 어머니와 세 딸 등 실종된 일가족이 살던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아파트. 경찰은 이 아파트의 폐쇄회로(CC)TV 화면에 나온 용의자를 추적하는 중이다. 김재명 기자
문 잠긴 실종 일가족 집 어머니와 세 딸 등 실종된 일가족이 살던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아파트. 경찰은 이 아파트의 폐쇄회로(CC)TV 화면에 나온 용의자를 추적하는 중이다. 김재명 기자
《40대 주부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21일째 실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였던 이모(41) 씨가 이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나타나 경찰이 행방을 쫓는 중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모(46·여) 씨와 김 씨의 세 딸이 지난달 18일부터 연락이 끊긴 채 사라졌다는 김 씨 오빠의 신고를 받고 3일 수사를 시작했다. 이들의 교통카드 사용 명세와 주변인 진술을 종합한 경찰은 김 씨와 둘째(19), 셋째 딸(13)은 함께 집에 있다 실종됐음을 확인했다. 대학생인 큰딸(20)은 김 씨가 실종된 날 밤 친구들과 헤어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은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김 씨의 아파트 폐쇄회로(CC)TV 화면에 주목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9시 50분에서 10시 반 사이에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다섯 차례에 걸쳐 여행 가방과 이불보를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은 이날 엘리베이터 등에서 이 씨와 인상착의가 동일한 남자를 직접 봤다는 인근 주민의 진술을 확보했다.

“실종 당일 엘리베이터에서 대형 여행용 가방을 운반하던 남성을 목격했다는 주민에게 확인한 결과 이 씨와 인상착의가 동일하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경찰에서 “지난달 중순 김 씨의 아파트 앞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주차불가 구역에 승용차를 세워둔 채 큰 가방과 함께 승용차 앞에 서 있었다”고 진술했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이 주민은 “가방이 사람도 들어갈 만큼 커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며 남자의 행동이 수상해서 차량번호를 적어 뒀다”고 말했다.

주민이 적어 놓은 번호의 차량은 실종된 김 씨의 승용차로 확인됐다. 김 씨의 차량은 지난달 19일 오후 2시 53분경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장성 나들목 부근의 차량자동판독기에 감지됐다.

지난달 20일 오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이 김 씨의 차를 김 씨의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 둔 뒤 황급히 빠져나간 사실도 경찰이 알아냈다. 이 남성이 이 씨인지는 아직 모른다.

경찰은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된 김 씨의 차는 이미 깨끗하게 세차된 상태였지만 정밀감식 결과 지문이 발견됐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문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19일 이 씨의 선산인 전남 화순군의 야산에서 첫째 딸의 휴대전화가 잠시 켜진 사실을 확인했다.

20일 김 씨 휴대전화 번호로 ‘식당은 별일 없느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식당 직원에게 도착한 점도 의문. 김 씨가 실제로 보낸 문자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발신자번호를 조작했는지 경찰은 조사 중이다.

지난해 여름 남편과 사별한 김 씨는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씨와는 재혼 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가깝게 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횟집 종업원 최모(40) 씨는 “김 씨가 이 씨에게 휴대전화를 사주고 요금까지 내 준다는 말을 김 씨로부터 들었다”며 “김 씨의 오빠는 김 씨와 이 씨가 만나는 것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실종되기 3일 전 김 씨의 1억7000만 원짜리 정기예금이 해약된 사실을 확인하고 계좌 추적 영장을 신청해 돈의 행방을 찾는 중이다.

김 씨의 측근은 “김 씨가 현금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말 자신의 소유이던 3억5000만 원짜리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아파트를 팔고 1억6000만 원에 현재 아파트를 전세로 얻은 것으로 안다”며 “김 씨는 전에도 이 씨에게 사업비용으로 1000만 원을 대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 시절 각광받던 이 씨는 2001년 은퇴 후 웨딩 사업을 하다 100억 원대의 부도를 맞고 2005년 2월 수십억 원의 부동산 사기에 연루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고향인 광주로 수사팀을 급파하는 한편 화순군의 야산 일대를 수색 중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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