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지논술-전경련 주최 청소년 시장경제 글쓰기 대회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코멘트
동아일보 ‘이지논술’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제5회 청소년 시장경제 글쓰기 대회’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2007년 10월 중순부터 11월 16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 명의 고교생이 참여했습니다. 청소년 시장경제 글쓰기 대회는 앞으로도 분기마다 한 차례씩 열릴 예정입니다.

○최우수상: 없음

○우수상(문화상품권 30만 원 상당): 김명훈(명지외고 2학년), 박은솔(명지외고 2학년)

○장려상(문화상품권 10만 원 상당): 문성영(서울 명덕고 2학년), 이혜민(대원외고 1학년), 조수현(안산 동산고 3학년), 한다솜(명지외고 2학년)

■문제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제시문 가) 그럼에도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은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는 신념을 피력하고 있다.(제시문 나)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는 신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논하시오. (제시문은 전경련 홈페이지 www.fki.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시장개입, 늘 경제위축 초래

▽우수상 / 김명훈 명지외고 2학년▽

대부분의 경제교과서는 대공황이 자유방임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즉 저축의 역설에 의해 나타났다고 기술한다. 그러나 대공황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거품을 초래하는 주식시장의 투기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정의로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92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소폭의 금리인상에 시장이 반응하지 않자 FRB는 점점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은 많은 투자자들의 상환부담을 가중시켰고 기업들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장 통화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경기가 둔화되면서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던 주식시장이 잿빛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드디어 1929년 10월 29일 사상 유례가 없는 주식 대폭락이 일어나면서 경제 전체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것이 대공황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이 사례는 정부의 잘못된 개입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세월이 지난 지금도 정부는 여전히 잘못된 개입으로 우릴 괴롭힐 때가 많다. 부동산규제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부동산은 거품이며 투기의 결과’라는 가치판단과 시장을 통해 결정되는 가격을 개입과 규제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부동산규제는 결국 공급의 급격한 감소를 불러 가격만 뛰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잘못된 정부 개입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자본잠식 억제를 명분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결국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활용할 기회를 막은 꼴이 되고 말았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성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에 가까운 발상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경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마치 도덕적 문제, 가치의 문제처럼 해결하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발상에서 나온 규제와 개입이 보통 경제를 해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논제에 나타난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라는 말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말이 정부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개입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존재 자체의 중요성을 부정한다면 이것은 경제활동의 바탕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몇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재산권의 보호이다. 정부는 공권력을 통해 이 전제를 실현시킨다. 또 정부는 국가 경제활동의 전제나 마찬가지인 사회기반시설(SOC) 즉, 도로나 항만 철도 등을 공급한다. 전기나 물과 같은 공공재의 저렴한 공급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를 통해 국민은 복지향상과 함께 여분의 소비능력을 얻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이처럼 정부는 많은 활동을 통해 경제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정부가 경제를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치판단에 의한 무분별한 개입과 규제를 줄이며 경제가 가진 모든 불확실성의 요소를 감안하여 경제를 운용할 때 비로소 ‘경제 조절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경제는 발전할 수 있다.

▽우수상 / 박은솔 명지외고 2학년▽

“가난한 사람은 정부가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자에게서는 세금을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많이 걷어야 한다. 누구는 허덕이며 사는데 누구만 부자인 것은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일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일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정부가 각종 규제와 법들로 무장해서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조정하고 무역활동도 관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복지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결코 이러한 국가의 세세한 규제가 아니다.

만약 대다수의 의견대로 가난한 사람을 정부가 도와주려면, 일단 그만큼의 돈을 정부가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의 수입은 세금이고, 그 세금은 가계와 기업 등의 민간 경제 주체들이 창출한 이익으로부터 나온다. 그들이 말하는 큰 정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제 성장과 부의 창출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아이로니컬하게도,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이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세금의 경우를 보자. 정부가 수입을 늘리려면 세율을 올리면 된다고 흔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처음에는 세율을 높일수록 국가의 조세수입도 늘어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게 된다. 지나치게 높은 세율이 사람들의 노동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일정액을 세금으로 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세금이 너무 높아져서 나는 경제생활을 하는 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옆집에 사는 사람은 백수다. 그 사람은 일을 하지 않는데도 그럭저럭 먹고 사는 것 같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정부로부터 나오는 실업수당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이런 지경까지 되면, 누가 일하려고 하겠는가?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지 않는 이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조금 돈이 적더라도 정부에서 주는 복지혜택을 받으며 편하게 인생을 즐기는 것을 택할 것이다. 점점 정부의 수입은 줄어들 것이고 결국에는 적자재정이 되어서 복지혜택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복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 사회 내에서의 적당한 가치 창출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규제라는 울타리를 낮춰주면, 인간의 이기심과 노동의욕을 자극하여,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스스로 문턱을 낮추고 작은 정부가 되어서 보다 큰 경제적 효과를 얻고, 국민들의 복지도 한층 더 증진될 것이다.

■총평

대다수 학생이 논제파악에 실패

이도 저도 아닌 절충적 글보다

하나의 논점으로 자기주장 펴야

대입 논술시험 덕분인지 회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전반적인 작문 실력이 향상되고, 천편일률적이던 내용도 다채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만큼 심사과정은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이 아직도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전논술의 가장 중요한 기초는 ‘논제파악’이라는 걸 잊지 말자. 이번 대회의 논제는 ‘작은 정부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다수 학생이 이 논제를 단순히 ‘큰 정부’, ‘작은 정부’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로 파악했다.

많은 학생이 절충적인 관점에서 글을 썼다. 이런 글은 대개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시장의 자유가 조화를 잘 이룰 때 우리나라가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좋은 말만 모아 놓았는데도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렵다. 왜일까? 좋은 것을 모아놓은 절충안은 구조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모순일 경우가 많다. 그렇게 간단한 절충이 가능했다면 애당초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절충이라는 안전지대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절충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과감함이 치우침으로 오인되는 게 두려워서다. 그러나 논술은 학생의 인성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그리고 사고력은 논리적 일관성을 통해 드러난다.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보다는, 치우쳤더라도 일관성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응모하는 이 글쓰기 대회의 특성상 매번 지적되는 사항이 이번 대회에도 변함없이 등장해 씁쓸하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는 학생들이 있었다. 다섯 학생의 글은 주장과 논거, 그리고 구성까지 한 학생이 쓴 것처럼 똑같았다. 의무적인 시험도 아닌데 굳이 자신의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응모해야 하는 이유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20여 편의 글이 최종 심사에 올라 단 6편만 수상작이 됐다. 수상작뿐 아니라 20여 편의 글 모두 논제에 충실했고 논리적이며 논거도 참신했다. 현란한 지식의 양보다는 단순한 지식이라도 성찰이 엿보이는 글을 우선했다. 여러 가지 내용을 나열하기보다는 하나의 논점에 집중해 통일성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작문실력도 중시했다. 무엇보다도 상식을 깨고 학자적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발랄하면서도 진지하게 엮어낸 글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최우수상작은 뽑지 못했지만 다른 수상작들도 다른 학생들의 논술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글들이다. 또래의 좋은 글은 학생들에게는 가장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축하의 박수는 수상작들만의 몫은 아니다. 진지한 자세로 참여한 학생들도 생각하고 구성하고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미 스스로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때가 되면 반드시 좋은 열매로 맺히리라 확신하며 역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 심사위원

오태민(마중물논술 저자),

이주민(대일외고 통합논술 교사),

이중환(한국경제신문 에듀한경 연구원),

이평기(한광여고 통합논술 교사)

※ 이도희 선생님의 ‘독서로 논술잡기’는 지면사정으로 한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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