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울고 갈 짝퉁”

  • 입력 2007년 11월 2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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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伊가방-지갑 등 만들던 20년 베테랑 장인

부도이후 복제 손대… 명품회사 직원도 “헷갈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오모(47) 씨가 가방 제조업계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 중반.

이 업계에서 20여 년간 가방 제작기술을 익히고 직접 가방업체를 운영해 온 그는 자신이 만든 가방의 품질이 ‘세계 수준’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약한 브랜드를 보완하기 위해 오 씨는 2001년 5월 이탈리아 G사(社)의 브랜드를 쓸 수 있도록 계약하고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국내 인지도가 낮은 G사 브랜드를 붙인 제품은 예상보다 잘 팔리지 않았고 오 씨의 업체는 2005년 10월 부도를 맞았다.

재기의 기회를 노리던 오 씨는 생각을 바꿨다. 브랜드의 낮은 인지도가 사업 실패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그는 유명 브랜드의 ‘짝퉁’을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5월부터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과 청량리, 광진구 중곡동 등에 공장과 창고, 재단방 등을 차려놓고 명품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짝퉁을 생산해 왔다.

오 씨는 명품 가방을 모델별로 구입해 손잡이, 지퍼 등 부속품을 모두 분해하고 세세한 박음질 기법까지 분석했다. 이런 ‘노력’으로 오 씨의 제품은 ‘짝퉁’ 도소매업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때문에 해외 명품업체들은 ‘명품 뺨치는’ 제품을 만드는 그를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때문에 오 씨는 친형(51)과 여동생(43)을 공장과 창고의 책임자로 정했고 철저한 점조직으로 판매망을 운영해 단속을 피해 왔다.

하지만 오 씨의 ‘짝퉁’ 명성은 짝퉁 유통망을 추적하던 경찰에 3개월 만에 꼬리가 잡혔다. 오 씨는 6개월간 샤넬과 에르메스 등 해외 명품 브랜드 명의의 짝퉁 가방과 지갑 9145개를 만들어 4000여 개, 11억여 원어치를 팔다가 이달 14일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오 씨가 만들어 판매한 짝퉁 가방과 지갑의 총가격은 정품일 경우 110억 원으로 추산했으며 오 씨는 6개월간 순이익만 3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오 씨가 만든 짝퉁은 명품회사 감시원조차 진품으로 착각할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오 씨를 상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오 씨의 친형과 여동생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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