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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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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들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주)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 애국가를 제창한 후에 정부 홍보영화인 ‘대한뉴스’를 관람해야 했다.
※도움말: 영화를 보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다. 일상의 행위에까지 권력에 의한 획일적인 강요가 침투해 있다면 문화는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문화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화자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해야 하는 ‘이 세상’을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역시 반어적인 진술이다. 그렇다면 화자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화자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많은 문제를 내포한 사회임이 분명하다. 과연 그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접근해 보도록 하자.
<제시문과 논제>
(가)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나는 물끄러미 그 소리를 듣고 있다.
한 아이가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다!” 하고 읽으니
“아니다 아니다!” 따라서 읽는다.
“그렇다 그렇다!” 하고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 따라서 읽는다.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목소리도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읽기여
우리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김명수, ‘하급반 교과서’]
(나)
가령 한 사람만을 제외한 전 인류가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단지 한 사람만이 그것에 반대의 의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인류가 그 한 사람에게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 부당한 것은,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말하지 못하도록 침묵하게 하는 것이 부당한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중략)
| 글 싣는 순서(언어) | |
1 | 언어와 매체 특성 |
| 2 | 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
| 3 | 세계화와 우리 |
| 4 | 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
| 5 | 물질적 조건과 삶 |
| 6 | 삶은 허무한가? |
| 7 | 사랑과 삶 |
| 8 | 빠름과 느림 |
| 9 | 가족을 말한다 |
| 10 |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
| 11 | 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
| 12 | 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 |
13 | 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
| 14 | 대학과 학문 |
| 15 | 지식인의 역할과 사명 |
| 16 | 노동은 천한 것인가? |
| 17 | 애국주의의 명암 |
| 18 | 가난, 숙명? 자업자득? |
| 19 |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
| 20 | 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
| 21 | 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
| 22 | 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 삶의 본연의 모습? |
| 23 | 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 |
| 24 | 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
그러나 의견의 발표를 억제하게 하는 데 따르는 특유한 해악은 그것이 전 인류로부터 행복을 빼앗는다는 점에 있다. 즉, 그것은 현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의 행복을 빼앗으며, 그 의견을 품고 있는, 즉 지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또한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더 한층 많이 빼앗게 된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고 하면 사람들은 잘못을 버리고 진리를 포착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또한 비록 그 의견이 잘못되어 있다 할지라도 그들은 전자의 경우와 거의 마찬가지로 큰 이익-즉, 진리와 오류가 서로 충돌할 때 진리가 마침내 오류를 물리치게 되는 데서 생겨지는 진리에 대한 보다 더 뚜렷한 인식과 보다 더 선명한 인상을 받게 되는 이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논제1] 제시문 (가)의 화자는 하급반 아이들이 책을 따라 읽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한 아이가 교과서를 읽으면 다른 아이들은 그 내용을 그대로 따라 읽는다. 이 화자가 쓸쓸하다고 말한 그 ‘책읽기’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논제2] 제시문 (가)의 화자가 문제로 삼는 사회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제시문 (나)를 참고하여 8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논제 생각해 보기>
[논제1] 화자의 어조가 전체적으로 반어적이라는 데에 주목한다. 한 아이가 ‘그렇다 그렇다’ 하고 읽으면 다른 아이들이 일제히 ‘청아한 목소리’로 ‘그렇다 그렇다’ 하고 따라 읽는 모습을 바라보며 화자는 하급반 교과서가 ‘읽기에도 좋고, 외우기에도 좋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는 ‘이 봄날의 쓸쓸한 책읽기여’라고 하며 씁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논제2] 제시문 (가)의 ‘책읽기’, 즉 독서는 인간의 됨됨이를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다. 인간됨은 모두 한결같을 수 없다. 독서를 통해 받아들이는 내용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한결같은 독서를 강요하거나 한결같은 독서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다면 이는 개인의 다양성과 자발성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다.
☞ 자세한 해설 및 참고 자료는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변성관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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