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주 스님 “신군부의 ‘전두환 지지 광고’ 요구 거절”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코멘트
“전두환 장군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광고를 내라고 신군부에서 3번이나 얘기했는데 정교분리 원칙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했지.”

1980년 ‘10·27 법난’ 당시 신군부에 의해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끌려가 23일간 조사를 받고 총무원장직에서 강제로 쫓겨난 월주(사진) 스님은 25일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보안사는 불교계 수장의 승복을 벗기고 죄수복을 입힌 뒤 총무원장직 사퇴를 강압적으로 종용했다.

“물리적으로 고문은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 심리적으로 고문을 받았었지.”

27년 전의 일이지만 월주 스님은 그때 그 몸서리쳐지는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법난의 정치적 성격을 “짐작하건대 총칼로 정권을 잡은 정통성 없는 신군부가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 불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보안사에 끌려가 처음에는 개인 비리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재산상의 비리가 있는가, 승려로서 계율에 어긋난 점이 있는가, 또 다른 비리는 없는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지. 그런데 일주일인가 열흘인가 지난 다음에 강압적으로 사표를 내라는 것이야. 가둬놓고 사표 내라니 안 낼 수가 있나.”

월주 스님은 당시 상황을 ‘불가항력’이라고 말했다. 월주 스님은 “스님들이 자는 침실까지 수색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불순분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저지른 아주 충격적인 탄압사건”이라며 “계엄사는 사실이 아닌 것을 침소봉대해 발표했고, 당시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해 신도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사실상의 학살이었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