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시’ 기업후원 작년에만 11건 몰려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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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설명하는 신 씨2005년 5월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있으면서 미술관 10주년 개관 기념전을 기획한 신정아 씨가 작가 이기봉 씨의 작품 앞에서 전시회 기획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 씨는 당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며 대기업 등에서 후원금을 받아 내는 수완을 발휘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시회 설명하는 신 씨
2005년 5월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있으면서 미술관 10주년 개관 기념전을 기획한 신정아 씨가 작가 이기봉 씨의 작품 앞에서 전시회 기획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 씨는 당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며 대기업 등에서 후원금을 받아 내는 수완을 발휘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정아(35·여) 씨가 성곡미술관 재직 중 마련한 기획전시에 대기업이나 금융권의 후원이 이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후원 과정에서도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 씨는 2002년 초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로 들어간 뒤 이듬해 ‘뉴욕의 다국적 디자이너들’ 전을 시작으로 성곡미술관에서의 전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했고 전시 때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았다.

미술계에 따르면 현금이나 도록 제작 지원 등으로 이뤄지는 기업 후원은 보통 한 차례에 3000만∼5000만 원에 달한다.

한 미술계 인사는 “액수도 액수지만 기업 후원은 현실적으로 1년에 한두 건 유치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곡미술관은 2003년 이후 꾸준히 국내 주요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왔고 특히 2006년에는 후원받은 횟수가 11차례에 달했다.

신 씨가 주요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신 씨와 ‘가까운 사이’로 지냈던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 전 실장은 2005년 1월 기획예산처 장관에 오른 뒤 지난해 7월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간 1억 원씩 지원한 기업도

검찰이 성곡미술관에서 압수한 자료에 따르면 D건설의 경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1억 원씩 총 3억 원의 후원금을 성곡미술관에 지원했다.

국책은행인 S은행 역시 2006년 한 해 동안 ‘존 버닝햄 40주년 특별전’ 등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3차례의 전시에 총 5000만 원을 후원했다.

이들 기업의 후원을 포함해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 신 씨는 L 사 등 13개 주요 기업들로부터 여러 차례 후원금을 받았다.

올해 3월에는 H은행이 월 100만 원의 보수를 주는 조건으로 신 씨를 작품 구매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H은행은 “은행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아트컬렉션 수집에 나서고 있어 우리 은행 역시 안목 있는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신 씨와 계약했다”며 “미술품 구입에 지난해 20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으며 올해는 현재까지 1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썼다”고 밝혔다.

○CEO는 변 전 실장 고교 동문…연관성은 모두 부인

성곡미술관과 신 씨를 후원한 D건설과 S, H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변 전 실장의 부산고 동창들이다.

당시 사장 P 씨가 변 전 실장과 고교 동문이었던 D건설 관계자는 “2004년 P 사장이 ‘지원을 검토해 보라’고 해서 1억 원을 책정했다”면서도 “변 전 실장이 부탁해서 성곡미술관에 지원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변 전 실장과 고교 동문인 K 씨가 총재인 S은행 관계자 역시 “총재를 포함한 임원들의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의 고교 2년 후배인 H은행의 K 행장은 “(변 전 실장과의 관계가)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나는 신 씨를 만난 적도 없고 미술계 사람들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끌어들인 기업 후원금은 미술관 내에서 신 씨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드는 토대가 됐다.

신 씨와 함께 성곡미술관에서 일했던 A 씨는 “성곡은 쌍용그룹과 연관이 있어 다른 기업의 후원은 거의 없었는데도 신 씨는 여러 기업의 후원을 모아 왔다”고 말했다.

역시 신 씨와 같은 시기에 성곡미술관에서 일했던 B 씨는 “신 씨는 일개 큐레이터가 모을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의 후원금을 유치했고, 이는 당시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미술관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당시 관장이 신 씨를 매우 총애한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후원 기업 조사 방침

신 씨가 기획한 성곡미술관의 전시회를 후원한 기업체와 금융기관 관계자의 검찰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후원금이 오간 200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기획예산처 차관, 장관을 거쳐 대통령정책실장 등을 지낸 변 전 실장이 해당 기업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해당 기업이 신 씨가 기획한 전시회 외에도 다른 문화행사에도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냈는지 등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체가 후원을 하지 않으면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미칠 것 같은 상황이었다면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단순히 협조 차원에서 지원했다면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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