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북한산과 수락산에서 일어난 낙뢰사고와 같이 등산객 10여 명이 한꺼번에 벼락을 맞아 죽거나 다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날 낮 12시경 경기 고양시 북한산 용혈봉에는 30∼40명의 등산객이 하산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쉬고 있었다.
용혈봉 1∼2m 아래서 부상한 김모(46) 씨는 “비가 쏟아져 서둘러 내려오려는데 빛이 ‘번쩍’ 하며 ‘지∼잉’ 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넘어져 정신을 잃었다”며 “정상에 있던 등산객 30∼40명 가운데 3, 4명은 번개를 직접 맞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등산객은 정상에서 5∼10m 아래 등산로에 설치된 쇠줄을 잡고 정상으로 오르다 감전돼 부상하기도 했다.
고양시 일산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최모(46) 씨는 “8, 9명이 쇠줄을 잡고 올라가는데 번개가 쳐 차례로 감전됐다”며 “떨어지면서 나무에 걸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몸에 전기가 흘러 양팔과 배에 통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숨진 안모(47) 씨 등 4명은 서울 ‘산비둘기산악회’ 소속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산악회 회원 10여 명과 함께 2001년 히말라야의 K2(8611m)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하다가 숨진 동료 고(故) 박영도 회원을 기리기 위해 추모 산행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오영훈 대한산악연맹 학술정보위원은 “용혈봉 일대는 철제 난간 계단이 유난히 길게 이어져 있어 벼락이 떨어질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라며 “천둥 번개가 치는 날에는 등산을 피해왔는데 이번에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산에서 낙뢰 만나면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벼락은 7월부터 급격히 늘어나 8월에 전체의 약 33%가 발생했다.
방재청은 낙뢰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평소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있다가 반사적으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산 속에서 낙뢰를 만나면 즉시 몸을 낮추고 움푹 파인 곳이나 계곡, 동굴 안으로 피해야 한다. 낚싯대나 골프채 등산용 지팡이 등 긴 물건은 땅에 뉘어 놓고 송신탑이나 전봇대 근처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비 피하듯 나무 밑으로 피하면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나무가 피뢰침 역할 을 해 둥지 옆에 있던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차에 타고 있다면 차창을 닫은 뒤 시동을 끄고 라디오 안테나를 내리는 게 좋다. 방재청은 “산이 낙뢰 안전지대가 아닌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때는 가능한 한 등산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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