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등산객 4명 용혈봉서 벼락맞아 숨져

  • 입력 2007년 7월 29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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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부지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면서 벼락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북한산과 수락산에서 등산객 5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이날 낮 12시 경 경기 고양시 북한산 용혈봉 정상(해발 581m) 부근 암벽에 벼락이 떨어져 암벽 주변에 있던 안모(47) 씨 등 등산객 4명이 숨지고, 최모(45) 씨 등 4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가 나자 119구조대는 헬기 4대를 동원해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고, 부상자들은 서울 아산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일산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최 씨는 "8~9명이 쇠줄을 잡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벼락을 직접 맞았다"며 "떨어지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몸에 전류가 통해 양팔에 통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당시 용혈봉에는 30~40여 명이 있었는데 갑자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호우가 쏟아졌다"며 "정상과 바로 아래 등산로에 있던 등산객 일부가 벼락에 감전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벼락이 떨어진 뒤 바위틈에 고여 있던 빗물을 타고 전류가 흐르면서 쇠 종류의 소지품을 갖고 있던 등산객들이 주로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가 나자 북한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오후 1시부터 등산로 출입을 통제하고 산에 있던 등산객들을 모두 하산시켰다.

한편 이날 비슷한 시각에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 수락산 8부 능선 부근 등산로에서도 벼락이 떨어져 등산객 임모(48·여) 씨가 숨지고 오모(64) 씨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기상청 이종호 관측기술운영과장은 "이런 사고는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것"이라며 "벼락이 흙이 아닌 암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바위를 타고 내려오면서 등산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2차 전류가 차례로 흘러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낙뢰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7월부터 급격히 늘어나 8월에 전체의 약 33%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충청 및 부산 대구 울산 등 영남 지역으로 장마전선이 내려가면서 돌풍과 폭우, 낙뢰가 잇달아 피서 나온 사람들이 대피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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