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 완전히 실패했다“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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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CCMM 빌딩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국의 노동운동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노동연구원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CCMM 빌딩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국의 노동운동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노동연구원
“한국 사회의 노동운동은 완전히 실패했다.”

“(한국의 노동운동 진영이) 서구에서 50년, 60년 전 겪었던 싸움을 지금 벌이면서 스스로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함께 한국 노동계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이 3일 한국의 노동계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사람중심 경영 조찬강연회’에서 “한국 노동운동은 대중성을 상실해 세계 최저 수준의 노조 조직률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성 상실과 함께 한국 노동운동이 실패한 근거로 노조의 ‘착각’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우리만 ‘전투적 조합주의’에 빠져 열심히 싸우다 보니 우리 노동운동이 ‘교범’이고 가장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나라나 우리나라나 노조 조직률이 10%를 나타낸 적은 없다”며 “노동운동을 실패로 규정짓고 변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노조 가입 대상 노동자 대비 실제 노조 가입자 비율)은 2005년 말 기준으로 사상 최저인 10.3%다.

이 위원장은 또 “20년 전 국민소득은 3000∼4000달러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하나 열지 못했던 20년 전 노동운동 기조가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변절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기업 친화적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자신을 비판해 온 민주노총 지도부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철회를 요구하며 진행됐던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서는 3000명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FTA의 최대 수혜자가 왜 투쟁을 하나. 투쟁을 해야 하는데 쟁점이 없어 그런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한국 노동운동이 1987년 민주화운동 때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전투적 조합주의’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쟁’은 대화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하지만 전투적 조합주의는 ‘전투’에만 초점을 맞춰 아예 합의에 이르지 못하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또 “민주노총은 대의원 대회에서 정부와 협상은 아예 못하도록 한다”며 “투쟁거리가 없으면 뭐든지 만들어 낸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가 동참하지 않는데도 외신은 한국이 총파업 한다고 크게 보도했다”며 “6월 일본 방문 때 (외국 투자가에게) 한국 노동운동이 변하고 있으니 우려를 씻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들은 외신에 난 것만 본다”고 우려했다.

이날 그가 강조한 새로운 노동운동 방향은 ‘사회개혁적 조합주의’였다.

그는 “이 방식은 대화와 협상을 기본으로 하고 기업과 사회에 필요한 노동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단위에서는 이 사회에 필요한 노동운동,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 필요한 노동운동, 기업에서는 그 기업에 맞는 노동운동을 하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계가 외자 유치도 하고 소년소녀가장도 챙기고 지역사회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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