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네스]<21>현존 최고(最古) ‘한남육교’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1970년 이전에 세워진 육교 중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남육교(왼쪽). 사람과 차가 함께 건너도록 만들어져 보통 육교보다 폭이 넓은 게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서울 최초의 육교 자리에 지난해 최신형으로 세워진 아현고가 밑 육교(오른쪽)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김재명 기자
1970년 이전에 세워진 육교 중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남육교(왼쪽). 사람과 차가 함께 건너도록 만들어져 보통 육교보다 폭이 넓은 게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서울 최초의 육교 자리에 지난해 최신형으로 세워진 아현고가 밑 육교(오른쪽)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김재명 기자
땅 위를 지나는 다리 ‘육교’.

서울에 육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이때 서울의 도로가 체계를 갖추면서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서울시는 ‘육교’와 ‘지하도’를 집중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절 세워진 육교의 대부분은 안전 등급에 문제가 있어 헐리는 바람에 현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육교’만 남았다.

그랜드하얏트 호텔 아래 자락과 남산을 잇는 한남육교는 1970년 이전에 설치됐다는 사실 외에는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다.

한남육교는 현재 사라진 한남동 외국인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이 그랜드하얏트 호텔 쪽으로 건너가는 길이 불편하다고 건의해 짓게 됐다고 한다.

그랜드하얏트 호텔 총무과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한 박일영 씨는 “당시 아파트 입구로 향하는 길이 복잡해 차량과 사람 모두 불편했지만, 육교가 생긴 뒤 길을 건너는 게 한결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한남육교는 주변의 도로가 정비되기 전인 1970년대까지는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건넜다. 이 때문에 육교의 폭은 보통 육교(4∼5m)의 1.5배인 6.9m다.

최근 한남육교는 남산을 오르는 한남동 이태원 일대 주민들로 종일 붐빈다. 이 육교를 이용하면 인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거리상 가까울 뿐 아니라 남산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남육교는 시의 열린 남산 만들기 사업과 육교의 기둥이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곧 철거될 예정이다.

한편 지금은 모습을 감췄지만 서울에서 처음 지어진 육교는 서대문구 아현동 아현고가 밑의 육교였다. 1966년 준공된 이 육교가 사라진 자리에는 최신형 육교가 지난해 6월 들어섰다.

세브란스병원과 반대편 이화여대 부속초등학교를 잇는 이 육교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노약자를 위해 양측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야간에는 육교 바닥면의 조명이 불을 밝혀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육교를 보기는 갈수록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교통의 원활한 흐름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육교 존치론’에서 자동차보다 보행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육교 폐지론’으로 무게중심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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