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엉뚱한 기금 끌어다 해외연수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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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건정책팀의 정모 씨와 조모 씨는 지난해 11월 ‘지역보건의료계획 관련 국외연수’ 명목으로 10박 11일 동안 시군구의 지역보건의료계획 담당자 22명과 함께 독일과 룩셈부르크를 다녀왔다.

이들은 5일 동안 관련 기관을 방문하거나 강의를 들었고 나머지 6일은 도시 이동이나 휴식을 하며 보냈다.

문제는 조 씨가 법 규정을 어기고 다른 기금의 예산을 끌어다가 연수를 다녀왔다는 것. 정 씨는 책정돼 있던 ‘공공보건팀’ 예산(317만여 원)으로 다녀왔으나 조 씨는 책정된 예산이 모자라자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금연클리닉’ 예산(310만여 원)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25일 “보건복지부의 결산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복지부 세출 예산 중 4건은 해외 연수나 시찰을 위해 예산을 목적 외에 불법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예산회계법 36조는 ‘각 중앙관서의 장은 세출 예산이 정한 목적 이외에 경비를 사용하거나 예산이 정한 각 기관 간, 각 장·관·항 간에 상호 이용(移用)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목적이 같은 예산의 세부 항목은 장관이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임의대로 전용(轉用)할 수 있다.

그러나 고 의원이 밝힌 4건은 목적이 다른 예산을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목적 외에 사용한 불법 행위다.

복지부 직원들이 불법으로 예산을 목적 외에 쓰면서까지 다녀온 해외 연수의 상당수는 외유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1월 29일 당시 장애인소득보장팀 이모 씨는 ‘장애인 직업재활사업 선진제도 견학’ 명목으로 보건의료정책본부 예산을 끌어다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7박 8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이 씨는 장애인 관련 학교와 복지기관 두 곳을 방문하고 나머지 일정은 ‘뉴질랜드 원주민 민속촌 테푸이아 견학’ ‘레드우드 수목원 삼림욕’ ‘오페라하우스 관람’ 등으로 보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을 (국회 의결 없이) 목적 외에 사용했기 때문에 법을 어긴 것이 맞다”며 “직원들이 소속 팀의 돈이 부족해 다른 예산을 꿔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고경화 의원은 “보건정책팀 정 씨와 조 씨는 같은 연수를 가면서 예산을 신청할 때 연수 제목을 전혀 다르게 해 불법 예산 전용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 있고, 스위스와 독일을 다녀온 당시 노인지원팀장은 부하 직원이 예산 신청을 하는 등 복지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자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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